몽골 제국 연구자에게 묻다⸻무라오카 히로시

 본 칼럼은 만화 『천막의 자두가르』의 무대가 되는 땅의 역사나 문화를 연재 형식으로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지난 6월부터 방향성을 바꾸어 『천막의 자두가르』 독자이자 몽골 제국을 연구하는 연구자분들께 만화 속에 그려진 역사상의 사실이나 인물상에 대한 감상, 혹은 실제 역사와 결말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읽을 때의 즐거움 등을 인터뷰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무라오카 히로시 씨와 진행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속과 연구 주제를 알려 주세요.

 류코쿠대학 역사학과 동양사학전공 소속입니다. (상세)

 

 전공은 몽골제국사로, 특히 유라시아 동부에 존재했던 울루스와 그 역사상의 의의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몽골 제국 시대, 유라시아 각지에 칭기즈 칸의 자손이 만든 다양한 규모의 유목 집단을 울루스라고 합니다. 이중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일 칸국이나 킵차크 칸국, 차가타이 칸국과 같은 큰 규모의 국가가 유명하죠. 하지만 그 외에도 작은 울루스가 다수 존재했고 그 존재 방식도 조금씩 달랐습니다.

 


⸻『천막의 자두가르』라는 만화를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올해(2024년) 7월 25일, 『교토신문』 조간 1면에 있는 「만화 속 대사」 코너에 『천막의 자두가르』가 소개되었습니다. 「만화 속 대사」는 다양한 만화 속 등장인물의 대사를 싣고, 담당자가 그 대사에 코멘트를 적는 코너입니다. 『천막의 자두가르』의 주인공 파티마에게 몽골 제국 황제 오고타이의 황후 보락친이 건넨 대사 "앞으로의 제국을 만드는 건 힘이 아니야. 지혜다."가 코너에 실려 있어 흥미가 생겼습니다.

보락친의 대사 (제21막)

 그 후 8월에 몽골에 갔을 때 우노 노부히로(지난 칼럼에서 인터뷰를 진행함) 씨와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때 추천을 받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학생이나 연구자들과 역사 만화나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으신가요?

 연구자끼리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습니다. 같은 대학의 동료 교수님들과 역사 드라마에 대한 정보를 나눕니다.

 학생과는 그렇게 자주 이야기하진 않네요. 하지만 지난 강의에서 『천막의 자두가르』와 해설 칼럼 『천막의 자두가르를 더욱 재미있게!』를 소개했습니다. 다음번엔 페르시아어나 동양사 해설 수업에서도 소개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

 이 페르시어 수업에선 매년 말에 역사서 『집사』의 일부분을 강독하는데요, 올해는 모처럼의 기회이니 『천막의 자두가르』의 주인공 파티마의 모델이 된 여성이 등장하는 부분을 읽으려 합니다.

 

 


⸻『천막의 자두가르』 속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연구와 관련이 있어 무척 신경 쓰이는 인물은 친카이와 쿨란이네요.

 친카이는 칭기즈 칸의 공신 중 하나로, 중앙아시아 원정의 거점이 된 친카이 성을 세운 인물입니다. 이 성이 어디에 있었는가는 예로부터 논쟁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몽골・일본 공동 조사 「비체즈 프로젝트」에서 그 흔적(몽골 고비알타이현 샤르가군의 유적)을 발견했습니다. 저도 친카이 성에 대한 논문을 여러 편 냈고요.

샤르가군 문화센터와 전시품(친카이성 성터에서 출토된 불상의 발)

 『천막의 자두가르』 제1권에 주인공 파티마가 친카이와 장춘진인 일행과 만나는 에피소드가 있죠. 이때 친카이는 칭기즈 칸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장춘진인(전진교의 도사)을 친카이 성에서 맞이하고, 칭기즈 칸이 있는 곳까지 길을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친카이는 위구르인이며 원래 상인이었고 페르시아어도 가능하다고 묘사됩니다. 이건 연구자 수준의 지식이에요.

친카이 (제6막)

 또 장춘진인이 일식에 대해 질문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이건 『장춘진인서유기』라는 여행기에 적혀 있는 내용입니다. 토마토수프 작가님은 이런 것까지 알고 계시는 건가 싶어 깜짝 놀랐습니다.

장춘진인 (제6막)

 쿨란은 칭기즈의 황후 중 한 명으로, 몽골에선 무척 유명한 인물입니다. 저는 예전에 쿨란과 칭기즈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쾰겐과 그 자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천막의 자두가르』에 쿨란이 등장했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쿨란 (제11막)

 『오족보』 등 페르시아어로 된 사료에 따르면 쿨란은 칭기즈가 죽은 후 의붓아들 오고타이와 재혼한 모양입니다. 이런 재혼(레비레이트혼)은 당시 몽골에 널리 퍼져 있던 관습인데, 『천막의 자두가르』에는 이 레비레이트혼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어 놀랐습니다.

레비레이트혼 (제15막)

 오고타이 카안의 황후 보락친도 매력적인 캐릭터죠. 보락친에 대한 정보에는 사료에도 많이 실려있지 않아, 역사 연구에서도 불분명한 점이 많은 인물입니다. 『천막의 자두가르』에선 그런 보락친에게 무게가 실려 주인공 파티마와 퇴레게네의 앞을 가로막는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어 무척 감탄했습니다. 지금까지 거의 무대 위로 등장하지 않았던 보락친이 이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줄이야, 이런 발상을 어떻게 떠올리신 건지 기회가 있다면 토마토수프 작가님께 꼭 묻고 싶습니다.

 

  • 토마토수프 작가님의 답변: 파티마나 퇴레게네의 앞을 가로막는 인물에는 어떤 인물이 있을까 생각하던 때 '오고타이의 제1황후는 어떨까?'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또 이야기 속에선 툴루이가 독살로 죽었다는 형태가 되었는데, 이 범인을 누가 맡으면 좋을까 고민하던 차 머릿속에 보락친이 떠올랐습니다. 보락친에 대한 정보는 '전진교의 집대성 「도장道蔵」을 만들었다'라는 정보밖에 얻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착안해 이야기 속에서 활약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교토신문』의 칼럼 「만화 속 대사」에선 "앞으로의 제국을 만드는 건 힘이 아니야. 지혜다."라는 대사를 싣고, 이 대사 아래에 '언뜻 보기엔 평화롭게 들리지만 제국의 유지라는 계략에 이용하는 지혜란 결국 힘=폭력이나 다름없는 게 아닌가.'라는 코멘트가 실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코멘트에는 할 말이 있습니다. 확실히 역사상에 존재했던 다양한 전제 국가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폭력이나 다름없는 지혜를 발휘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몽골 제국은, 특히 제2대 황제 오고타이 시대는 싫은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해 억지로 넓힌 제국이 아닌, 상인과의 결속을 중시하고 지배자, 협력자를 모으며 넓힌 제국입니다.

 

 『천막의 자두가르』에선 이런 몽골 제국의 지혜의 본질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고타이가 주인공 파티마에게 건넨 대사 "너희가 여기서 행복해진다면 나의 승리다."에서도 제대로 나타나고 있죠.

오고타이의 대사 (제25막)

 

 또, 만화 제9막의 칭기즈 칸이 남긴 군세의 그래프나

 제2권 제9막의 유실물 관리관[각주:1],

 제2권 제12막의 몽골군의 기본 구조,

 제3권 제17막의 '오고타이 가가 전선 기지를 둔 산서지방⸻이곳은 예로부터 유목민들이 지내기 좋은 장소이다.',

제4권 제24막의 '몽골족 말로 "쿠도카"는 오이라트족의 "마다가"를 의미합니다. 주의하세요.'

 같은 연구자 수준의 지식이 담겨 있는 여러 컷들이 있어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지식을 어떻게 모으셨는지 토마토수프 작가님께 꼭 묻고 싶습니다.

 

  • 토마토수프 작가님의 답변: 일본에서 인정받는 연구서나 논문을 국회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라오카 교수님의 논문도 몇 편 참조했습니다.

 

 
⸻『천막의 자두가르』 스토리의 기반이 된 실제 역사나 결말을 상당 부분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하는데요, 이렇게 전부 알고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만화를 즐기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주인공 파티마나 퇴레게네가 어떤 결말을 맞는지 역사적인 사실로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토마토수프 작가님께서 이 최후를 만화의 최종화에서 어떻게 그려내실지 기대하며 읽고 있습니다.

 보락친에 대해선 알려진 정보가 적은 만큼 앞으로 만화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대강 짐작이 갑니다. 만화 4권 초반에 정권 유지를 위해 정적政敵을 제거하는 보락친의 모습이 그려져 『천막의 자두가르』에서 말하는 '자두가르(페르시아어로 마녀라는 뜻)'는 보락친을 가리키는 걸까?라고 생각했습니다.

보락친=마녀? (제23막)

 하지만 4권 중반을 보면 파티마와 퇴레게네가 '이번에는 우리가 마녀가 되자'고 결의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앞으로의 전개가 점점 기대됩니다.

파티마와 퇴레게네=마녀? (제25막)

 또, 1235년 건설을 시작한 도시 카라코름의 궁전이나 1246년에 카라코룸을 방문한 기독교 선교사 카르피니가 만약 만화에 등장한다면 어떻게 그려질지도 기대됩니다.

 

 

⸻인터뷰에 협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몽골 제국사에는 매력적인 여성(예를 들면 차가타이 가에 시집을 가 남편이 죽은 후 울루스를 장악한 칭기즈의 손녀 오르가나, 정치적 권력을 얻기 위해 활약한 다른 여성 귀위크의 황후 오굴 카이미시, 쿠빌라의 아들 칭김의 황후 코코진, 칭김의 아들 다르마발라의 아내 다기, 다르마발라의 동생 테무르의 아내 부르간, 또 무예가 뛰어난 여성 오고타이의 손자 카이두의 딸 아주루그/쿠툴룬 차간 등)이 많이 등장합니다. 부디 이런 여성들을 매력적으로 다루는 다양한 작품을 계속 그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 유실물 관리관에 대한 이야기는 몽골 제국 직업 도감에서 확인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