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제국 연구자에게 묻다⸻우노 노부히로

 본 칼럼은 만화 『천막의 자두가르』의 무대가 되는 땅의 역사나 문화를 연재 형식으로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앞으로 몇 달간은 방향성을 바꾸어 『천막의 자두가르』 독자이자 몽골 제국을 연구하는 연구자분들께 만화 속에 그려진 역사상의 사실이나 인물상에 대한 감상, 혹은 실제 역사와 결말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읽을 때의 즐거움 등을 인터뷰하려 합니다. 이번 인터뷰는 우노 노부히로 씨와 진행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속과 연구 주제를 알려 주세요.

 히로시마슈도대학 국제커뮤니티학부 국제정치학과의 우노 노부히로입니다. (상세

 전공은 몽골 제국사로, 인류학적/기후학적 시점으로 칭기즈 칸 시대부터 13세기 중반까지를 바라보는 연구를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자로 쓰인 사료가 아닌 화폐나 세밀화, 사본, 의상 등 당대의 물건도 주의 깊게 분석해 다각적/학제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합니다. 

 

 또, 역사서 『집사』와 『원조비사』의 비교 연구를 학생 시절부터 쭉 진행해 왔습니다. 이 비교 연구를 바탕으로 칭기즈 칸 전기 집필을 준비 중입니다.

 

 

⸻『천막의 자두가르』라는 만화를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간담회 성과」(와세다대학 동양사 간담회 연간지) 최신호 권말에 타니가와 씨(칼럼 필자)께서 『천막의 자두가르』 해설 기사를 담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만화는 이렇게 알게 되었고, 2024년 2월에 구매해 읽었습니다.

 

 

⸻학생이나 연구자들과 『천막의 자두가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지금 국제정치학부에 소속되어 있어 기본적으로 역사 강의는 진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학생과 『천막의 자두가르』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습니다. 연구자들끼리도 이야기를 나눈 적은 거의 없습니다. 후나다 씨시라이시 씨께서 만화를 읽고 있다는 것도 이 칼럼 인터뷰로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도 역사를 다룬 만화를 즐기시나요?

 고교생 시절에는 꽤 읽었어요. 특히 테즈카 오사무의 만화는 마치 인류사 같은 장대한 스토리를 다루는 게 멋지다고 생각해 모든 작품을 읽기도 했습니다.

 

 몽골 제국을 다룬 만화는 요코야마 미쓰데루의 『칭기즈 한』을 읽었습니다. 『원조비사』를 참고해 그려져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그 후엔 그리 많이 읽진 않았습니다. 『천막의 자두가르』 덕에 오랜만에 만화를 읽게 되었습니다.

 

 

⸻『천막의 자두가르』 속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토마토수프 작가님 정말 굉장한 사람인데?'가 첫인상이었습니다.

 

 우선 이슬람 세계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깜짝 놀랐습니다. 몽골 제국을 다루는 만화는 물론이고 소설이나 영화도 칭기즈와 칭기즈의 군사력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부분 이 패턴 속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키죠. 하지만 『천막의 자두가르』는 이 패턴을 따르지 않고 이슬람 세계의 이야기부터 꺼내 독창성이 높은 작품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슬람 세계와 몽골 세계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지 않고 두 세계를 양립시키는 점이 굉장합니다. 몽골 제국의 궁정도 무슬림 상인이 찾아와 활약하거나 이슬람과 중국의 과학이 만나는 국제적인 장소로 그려지고 있죠. 두 세계를 제대로 시야에 들인 사람은 실은 연구자 중에도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그걸 해낸다는 게 역시 대단합니다.

 

 토마토수프 작가님의 다른 연재작 『간신 슴바트』도 읽었는데요, 그 작품은 그리스도교 세계가 양립합니다. 코카서스의 그리스도교라고 해도 보통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힘들어하는데 그 세계에 도전했다는 게 굉장하죠.

 

 이야기의 시점이 '밑에서 보는 역사'라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왕비가 거처하는 궁전을 무대로 하는 경우 황후를 주인공으로 세워 활약시키는 경우가 많은데요, 『천막의 자두가르』는 거기에서 한 단계 더 내려가 여성 노예를 주인공으로 세웠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만화 1권에 주인공이 서아시아에서 끌려오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남자들은 전부 살해당하고, 여자와 어린이, 직공만 포로로 끌려오죠. 몽골 제국은 아무렇지도 않게 필요 없는 사람은 죽이고 필요한 사람만 노예로 삼았습니다. 그 실태가 『천막의 자두가르』에는 정면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끌려온 주인공 일행

 오늘날의 몽골 제국 연구는 제국의 상업적, 문화적 번영만을 강조하고 몽골에게 진 사람들은 잘 다루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몽골 제국은 살육도 잔뜩 벌였죠. 예를 들어 오고타이, 툴루이가 금나라 원정에서 행했던 군량 공세 땐 기근이나 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천막의 자두가르』는 이런 부분도 다루고 있죠.

금나라 원정 당시 군량 공세

 '몽골 제국 덕에 번영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엔 부조리한 인생을 살았던 사람도 잔뜩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동서의 융합이 진행되고 있었던 당시의 세계를 『천막의 자두가르』는 정확히 말하고 있습니다. 들어본 적 있는 지역이나 사람의 편을 들지 않고 전체상을 공평히 묘사한다, 그런 인상입니다.

 

 역사학자에게도 전체상을 묘사하는 것⸻사료를 통해 알게 된 개별적인 사실을 모아 세계 전체를 그리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지금 구미의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몽골 제국의 세계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저 역시도 「초기 세계화로서의 몽골 제국의 성립・전개」와 같은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천막의 자두가르』에는 이 세계화 연구에 필요한 요소(무슬림 상인, 진주나 직물 등 서아시아의 상품, 정복 활동, 노예 등)가 전부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카툰(황후)들 말인데요, 제가 젊었을 적 카툰의 혼인을 연구하고 논문을 쓴 적이 있습니다. 『천막의 자두가르』에서 묘사된 것도 연구 당시의 제가 가졌던 이미지와 무척 닮았습니다.

 

 오고타이의 카툰 자체는 논문에 적지 않았지만, 실은 『집사』나 『오족보』[각주:1] 같은 사료를 통해 실제로 존재했단 걸 알 수 있습니다. 사료들에 따르면 제1카툰이었던 보락친은 오고타이가 어렸을 적, 칭기즈가 살아있었을 때 칭기즈와 결혼한 여성이었습니다. 또 퇴레게네는 제2카툰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연구자들 중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지만 『오족보』에는 모게도 칭기즈 칸의 카툰이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천막의 자두가르』에선 보락친은 처음엔 칭기즈의 아내였지만 칭기즈가 죽고 오고타이와 결혼한 인물이고, 퇴레게네는 제6카툰이죠. 이중 퇴레게네는 『원사』에는 무언가의 혼선이 있었는지 제6카툰이었다고 적혀 있지만 『집사』와 『오족보』에 적힌 대로 제2카툰이었던 걸로 보입니다. 『원사』에 적힌 대로 퇴레게네가 제6카툰이었다는 설을 택한 연구자도 있습니다. 토마토수프 작가님은 '다양한 설이 있지만 이 만화에서는 스토리에 부합하는 설을 채택했습니다.'라고 설명하신 게 양심적입니다. 물론 작품으로서는 그렇게 묘사하는 것도 상관없죠.

오고타이의 카툰들

 일반적인 순정만화, 소년만화와는 다른 그림체에도 눈길이 갑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미술대학에서 동판화를 전공하셨다고 나와 납득했습니다.

 

 '만화 작화를 할 때 『집사』 사본의 세밀화를 참고하시는 걸까?'라는 생각도 합니다. 만화 2권 권말 쿠릴타이 그림은 베를린국립도서관이 소장 중인 사본을 바탕으로 그려진 것 같았습니다. 이런 세밀화에 그려진 몽골인은 동안이라 만화의 그림체와도 잘 맞죠.

 

 몽골 제국을 그리면 아무래도 전부 용맹하게 그리게 되는데, 그런 의미에서도 이 만화는 개성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쿠릴타이

 

⸻토마토수프 작가님께 전하고 싶거나 묻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우선 응원하고 있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몽골 제국의 여성 노예를 연구한 책으로 A. 이스트몬드 저 "Tamta's World"라는 책이 있는데요, 참고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것, 만약 13세기 후반 몽골 제국을 그리게 된다면 시대에 유린당한 여성으로 마르코 폴로와 함께 원나라부터 일 칸국까지 여행했던 코게진 카툰[각주:2]을 그려 주셨으면 좋겠다는 것도 전해 주세요.

 

 또, 몽골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어떤 계기로 이슬람 세계나 그리스도교 세계와의 연관성을 중시하게 되셨는지 묻고 싶습니다. 

 

  • 토마토수프 작가님의 답변: 어린 시절 중국 시린하오터 시를 여행한 적 있는데요, 그때 이후로 몽골을 동경하게 되었습니다. 어른이 된 후에는 몽골 제국사를 접할 기회가 있었고, 이때 일본과는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유목민의 세계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더 조사해 보니 몽골 제국은 다양한 배경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 세계라는 걸 알게 되었고, 이슬람이나 그리스도교 세계에 대한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마다의 배경이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상상하고 싶었던 것도 큰 이유입니다.

 

 

⸻『천막의 자두가르』 스토리의 기반이 된 실제 역사나 결말을 상당 부분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하는데요, 이렇게 전부 알고 있는 상태에서 만화를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역사학 연구서나 논문을 제대로 읽고 얻은 지식을 어떻게 엮어 이야기를 만드느냐, 즉 스토리 메이킹에 주목하며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착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았다는 게 좋습니다. 파티마나 퇴레게네처럼 지금까지 '마녀'라 불렸던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어 그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얼굴이나 표정에 나타나고, 그 사람이 무엇을 느끼며 그런 행동으로 달려가게 되는지가 설득력 있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지점에서 재미를 만들어내는 게 토마토수프 작가님만의 독특한 감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파티마와 퇴레게네

 

 

⸻인터뷰에 협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천막의 자두가르』는 몽골 제국을 다루는 일정한 시점에서 탈피해 독특한 시점에 도달한 획기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그리지 않는 멋진 작품을 계속 그려주셨으면 합니다.

 

 

 

 

  1. 일 칸국에서 만든 페르시아어로 된 가계도. [본문으로]
  2. 코게진 카툰에 대해 알 수 있는 링크(일본어).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