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제국 연구자에게 묻다⸻후나다 요시유키

 본 칼럼은 만화 『천막의 자두가르』의 무대가 되는 땅의 역사나 문화를 연재 형식으로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이번 칼럼부터 몇 달은 방향성을 바꾸어 『천막의 자두가르』 독자이자 몽골 제국을 연구하는 연구자분들께 만화 속에 그려진 역사상의 사실이나 인물상에 대한 감상, 혹은 실제 역사와 결말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읽을 때의 즐거움 등을 인터뷰하려 합니다. 첫 인터뷰는 후나다 요시유키 씨와 진행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속과 연구 주제를 알려 주세요.

 히로시마대학 대학원 인간사회과학연구소 문학부의 후나다 요시유키입니다. (상세) 몽골 제국사 전공이고, 그중에서도 몽골과 중국 그리고 그 근처 접경지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대원元울루스, 원나라를 연구의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주로 다양한 인간 집단을 통치하는 통치 시스템이나 몽골 통치 계층과 화북 지역 사회와의 관계, 양쪽을 연결하는 몽골 통치 계층의 명령 문서, 그 문서를 한문으로 번역할 때 쓰인 몽골어 직역투 등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천막의 자두가르』라는 만화를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SNS에서 우연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트위터(현 X)였는지 페이스북이었는지, 아니면 누가 추천해 준 건지도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아는 연구자분을 통해 알게 됐거나, 트위터에서 자주 보이는 역사 계정이었는지. 하지만 SNS에서 본 건 확실합니다. 그땐 아직 단행본이 나오기 전이었어요. 초반 2~3화가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었거든요. 정말 연재를 막 시작했을 즈음이었습니다. 

 

 

⸻학생이나 연구자들과 『천막의 자두가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으신가요?

 대학 수업 땐 소개하고 있습니다. 학생의 흥미를 끌 수 있고, 내용 자체도 제가 강의에서 다루는 내용과 겹치거든요. 타니가와 씨(=칼럼 필자)가 쓰신 칼럼을 만화와 함께 읽으면 수업 내용이 학생들의 머리에도 오래 남지 않을까, 싶어서 추천하고 있습니다. 책을 사거나 읽은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연구자들 사이에선 입에 오르내릴 때가 많습니다. 페이스북 등지에 공유하면 몽골 제국사뿐만 아니라 넓게는 동양사 연구자 분들께서도 반응을 주십니다. 유목민 연구자뿐만 아니라 위나라를 연구하시는 분들도 반응을 주실 때가 있어요. SNS뿐만 아니라 연구회에서도 자주 화제에 오릅니다. 최근 어떤 분께 '『천막의 자두가르』 재미있어요.'라고 말을 건넸더니 '토마토수프 작가님의 『댐피어의 맛있는 모험』이 마음에 들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몽골사도 그리고 계셨군요.'라는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어제 연구회에서도 이야기를 나눴어요.

 

 

⸻평소에도 역사를 다룬 창작물(만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을 즐기시나요?

 최근에는 의식적으로 수업에서 다루기 위해서라도 읽거나 하고 있습니다. 중고등학생, 대학생 때는 요코야마 미쓰데루의 『삼국지』를 읽거나 인형극 『삼국지』를 보곤 했는데, 그 뒤로는 만화를 거의 읽지 않았거든요.

 

 의식적으로 읽자고 생각한 계기는, 벌써 10년 정도 되긴 했지만 학생에게 서하나 몽골을 다룬 만화 『슈토헬』(이토 유우)을 읽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연구자가 감수도 하고 있고, 그 학생도 이 『슈토헬』 덕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해서 모르면 안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앙골모아 원구전투기』(타카기 나나히코) 같은 만화도 읽기 시작했습니다.

 

 수업에서 소개할 땐 사실은 당연히 학술서도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허들이 높기도 하고, 구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그럴 땐 만화로 흥미를 갖게 하는 것도 좋겠다 싶더라고요. 유목민이나 중앙유라시아를 다루는 수업에선 『신부 이야기』(모리 카오루)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천막의 자두가르』 속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단순히 읽을거리로서는 무척 뛰어난 작품입니다. 이야기로써 즐겁게 읽고 있다는 게 제 솔직한 감상입니다. 제 전공과 겹치는 부분도 그려져 있다 보니 전공과 관련된 부분도 보게 되는데요, 엄청나게 공부하셨다는 게 보여서 이래저래 감동을 받았습니다. 사전에 문헌을 깊이 읽고 이야기를 구성했다는 게 보여서 감명 깊습니다.

 

 역사 만화라곤 하지만 픽션을 섞어 그려진 부분도 있으니 연구자가 가타부타 말을 얹는 것도 좋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무 투박하게 그려져서 종종 실망하거나 이러쿵저러쿵 말하고 싶어질 때가 있어서 거리를 두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천막의 자두가르』에는 그런 부분이 적었던 것 같아요.

 

 연구자 중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거나 정말 잘 만들어진 만화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작가님은 어떤 분이실까, 어떻게 공부하셨을까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합니다. 정보가 흘러넘치는 지금 시대에 그 흘러넘치는 정보 속에서 적절한 걸 고르는 것 자체가 안내자 역할이 없으면 무척 힘들잖아요. 역사 연구를 할 때에도 옛 가설을 뒤엎을 새로운 가설이 나와서 가설을 수정할까 했더니, 알고 보니 새 가설이 정말 틀린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그 사이를 적절히 선택해서 읽기 쉽게 풀어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러 설이 있는 이야기를 창작에 활용하는 능력도 뛰어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지금까지 몽골을 무대로 하는 만화는 전쟁을 주로 그리는데다 작화도 대부분 극화체로 그려져 있어서 그런지 등장인물도 거칠고 강하다는 이미지로 그려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에 토마토수프 작가님의 그림체는 귀여워서 꼭 속는 기분이에요. 그리고 캐릭터도 구분하기 쉽게 그려져 있는 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예를 들어 차가타이(칭기즈 칸의 차남)는 사료에 엄격한 법의 번견처럼 묘사되어 있는데, 귀여운 그림 속에서도 차가타이의 그런 엄격함이 잘 드러납니다. 툴루이(칭기즈 칸의 사남)는 이른바 몽골의 계승자 같은 늠름한 모습으로, 오고타이(칭기즈 칸의 삼남)는 온화한 조정자 역할이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구분해 그린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런 그림이 참신하다고 느끼면서도, 독자의 몰입을 돕는다고 생각합니다.

맨 왼쪽의 오고타이, 그 옆의 차가타이. 오른쪽의 툴루이 (제7막)

 

⸻연구자들 사이에서 '작가님은 어떤 분일까'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고 이야기하셨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토마토수프 작가님께 묻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문헌을 엄청나게 조사하셨다는 게 느껴지는데, 그중에서 가장 많이 참고한 문헌이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 토마토수프 작가님의 답변: 주제마다 참고하는 자료는 다르지만, 역사 전체의 흐름을 파악할 땐 역시 도슨의 『몽골제국사』를 제일 먼저 읽었습니다. 오래된 책이라 하나하나의 사건을 알아보고 싶을 땐 『몽골 제국의 흥망』이나 『몽골시대연구소』, 『몽골 시대 「지」의 동서』를 자주 확인했습니다. 상세한 풍속 사진은 카르피니나 뤼브룩의 『중앙아시아・몽골 여행기』를 자주 참고합니다. 자료를 찾을 때도 위 책들을 기준점으로 삼습니다.

 

 또, 특정한 주제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을 때 어떻게 조사하시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저희 연구자는 본인의 전문 분야를 조사할 땐 지금까지 쌓아올린 게 있으니 어디를 어떻게 조사할지는 대략 짐작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학생에겐 그런 노하우가 전혀 없으니, 어떻게 조사해야 할지 모르겠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럴 때 토마토수프 작가님께서는 어떻게 문헌을 검색하고 수집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토마토수프 작가님의 답변: 모르는 것과 부딪혔을 땐 위에 적은 서적이나 주변에 있는 논문 등을 반복해 읽으며 단서가 될 만한 걸 찾습니다. 그런데도 도저히 모르겠는 경우 우선 인터넷에 검색해 봅니다. 위키피디아나 누군가 적은 블로그 글 등, 뭐라도 좋으니 논문이나 서적에 닿을 수 있을 정보다 좀 더 확실한 검색어를 찾고, 그런 뒤 논문 등을 검색해 관계가 있을 듯한 논문과 서적을 읽습니다. 그렇게 알게 된 정보를 항상 참고하고 있는 위 서적과 비교하며 모순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한 뒤 진위를 가려 참고하고 있습니다. 연구자가 아닌, 최종적으로는 픽션을 만드는 작가의 기준으로 확인하고 판단하기 때문에 미흡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천막의 자두가르』 스토리의 기반이 된 실제 역사나 결말을 상당 부분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하는데요, 이렇게 전부 알고 있는 상태에서 만화를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전체적인 역사적 사실이나 결말, 등장인물이 이후 누구 손에 죽을지, 전쟁에서 어느 쪽이 승리할지는 확실히 알고는 있습니다. 그게 만화에서 다음에 어떻게 묘사될지 기대하며 읽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툴루이가 죽는 부분(제19막~제22막)은 다양한 역사서에 다양하게 서술되어 있어 '절대 이렇게 죽겠구나!'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확실하지 않은 부분을 만화에선 어떻게 그려낼까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안이하게 전개한다면 단순히 암살이었던 걸로 해서 흑막이 누구였다고 밝혀지는 걸로 끝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툴루이가 죽는 부분을 그려낼 때 다양한 사료들을 엮어 그걸 훌륭히 완성해 내시더라고요. 그래서 이 부분이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해 즐겁게 읽었습니다.

툴루이의 죽음 (제20막)

 만화 속 트리비아 곳곳에 있는 여러 요소를 보며 '이 소재는 이 사료의 이 서술에서 가져온 것이구나!'하고 알게 될 때도 정말 즐겁습니다. 테무게 옷치긴(칭기즈의 동생)이 자식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는 것도 제대로 그려져 있었고요.

아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테무게 (제13막)

 그리고 주인공 파티마는 마지막에 어떻게 그려질까, 지금까지 이렇게 그려졌으니 앞으로의 전개에서 결말은 어떻게 그려질까, 같은 것들이 무척 신경 쓰입니다.

 

 

⸻인터뷰에 협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무척 재미있는 작품을 그리고 계셔서 앞으로의 내용이 정말 기대됩니다. 앞으로 몇 화나 연재할지는 이미 정해 두셨을지도 모르겠지만 되도록 오래 즐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타니가와 씨의 칼럼도 무척 좋은 내용이 적혀 있어 언제나 도움이 됩니다. 학생들에게도 추천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