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의 자두가르를 더욱 재미있게!』 몽골 제국의 주군과 가신

해당 번역본에는 『천막의 자두가르』 한국 미정발본의 일부 장면과 추후 전개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다면 읽지 않는 걸 추천드립니다. 
해당 번역본에 첨부된 미정발본 장면은 칼럼에 수록된 장면'만' 임의로 번역한 것입니다. (문제시 삭제, 정발 후 수정합니다. 미정발분 전부 직접 구매하여 읽고 있습니다.)

 

 

 

 

 

 본 칼럼은 만화 『천막의 자두가르』의 무대가 되는 땅의 역사나 문화를 연재 형식으로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제29막 후반부에서 오고타이 카안은 이르케의 죄를 불문에 부칩니다. 불문에 부치는 이유 중 하나로 오고타이는 '지금 믿을 수 있는 가신을 잃고 싶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죠. 이번 칼럼에서는 이 대사와 관련된 몽골 제국의 주군과 가신 관계를 소개하려 합니다.

 

| 유목 국가의 지도자와 부하

 예로부터 유라시아 대륙 중앙부 초원에는 계절에 따라 이동하며 가축을 사육해 살아가는 민족⸻유목민이 살고 있었습니다. 유목민은 선조가 같거나 같다고 여겨지는 사람들끼리 모여 작은 그룹(이른바 씨족)을 만들었습니다. 유목민 사이에서 지도자의 소질이 뛰어난 유능한 인물이 등장하면 그 인물을 중심으로 그룹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며 흔히 말하는 부족(씨족의 연합체)이나 유목 국가(부족의 연합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유목 국가의 예로 스키타이(기원전 6세기~기원전 3세기)나 흉노(기원전 3세기~기원후 1세기), 돌궐(1~4세기), 몽골 제국(13~14세기)을 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목 국가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전쟁이나 교역을 행했습니다. 왜냐하면 유목 국가를 유지하는 데엔 다른 곳에서 가져온 부富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유목민의 기본적인 재산은 가축입니다. 하지만 가축은 생물이기 때문에 곡물이나 천처럼 오랜 기간 보관할 수 있는 재산이 아닙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유목 국가의 지도자는 전쟁이나 교역을 통해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부를 쌓고 그 부를 부하에게 분배함으로써 군신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전쟁이나 교역,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부하가 떠나 국가가 해체되고 맙니다. 그리고 다시 유능한 지도자가 등장하고, 그 사람을 중심으로 그룹이 만들어지고, 유목 국가가 만들어집니다.

 

| 주군과 가신

 위와 같은 지도자와 그 부하의 관계는 매우 건조한 느낌이지만, 소위 말하는 '주군과 가신'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끈끈한 관계가 전혀 없었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만화 본편으로 예를 들어보죠.

 

| 부육계

 이르케는 오고타이의 부육계입니다. 부육계는 '왕부王傅', '아타 베크', '사부師父'라고도 불리는 직책인데, 자신보다 신분이 높은 사람의 자식을 보좌하거나 양육하는 역할입니다.

오고타이의 부육계 이르케 (제29막)

 만화 본편에 등장하는 다른 부육계로는 귀위크의 부육계를 맡은 카다크가 있습니다.

왼쪽이 카다크, 오른쪽이 귀위크. (제23막)

 『원조비사』에 따르면 칭기즈 칸은 자신의 동생들이나 아들들에게 각각 한 명에서 네 명의 보좌를 붙였는데, 이 보좌 역이 전부 부육계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 동생 주치 카사르에게 주부게, 둘째 동생 카치운(고인)의 아들 아르치다이에게 차울카이, 막냇동생 테무게 옷치긴에게 구추, 코코추, 주수크, 콜고슨, 장남 주치에게 쿠난, 몽케울, 케테, 차남 차가타이에게 카라차르, 몽케, 이도크타이, 삼남 오고타이에게 이르케, 데게이, 막내 툴루이에게 추데이, 바라를 붙였음.)

 

 칭기즈의 동생들과 아들들에게 영민을 분배할 때, 보좌역이 이 영민의 관리를 담당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 뒤의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원나라에서는 황제의 자제 등 제왕의 영지에 부육계를 필두로 하는 '왕부부府(왕부, 왕상부라고도 함)'를 설치해 영내의 군사나 호소 등을 받았습니다.원나라의 왕부는 몽골 제국의 중앙정부나 정복지(중국 북부, 중앙아시아, 이란 동부)에 설치된 세 행정부(제27막에도 등장한 페르시아 총독부)의 '대단사관'과 '대서기관'과 비슷한 존재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 케시크/케시크텐

 케시크는 본 칼럼의 몽골 제국 직업 도감이나 몽골 제국의 서방 원정에서도 다뤘지만 끈끈한 관계를 표현하지 못했다고 생각해 다시 한번 다루게 되었습니다.

케시크의 역할 (제26막)

 몽골 고원의 부족을 통일하던 칭기즈 칸(당시에는 테무진)의 곁에는 씨족 등 그룹의 이해관계와는 별개로 칭기즈 개인의 시종을 들고 고난을 함께한 동지들, 시종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이야말로 칭기즈의 승리의 원동력이었다고도 합니다.

 

 1189년, 이 시종들 중 알라트 족의 보오르추와 우량카이 부족[각주:1]의 제르메를 필두로 활과 화살을 멘 자 4명, 검을 든 자 3명, 술상을 드는 자 1명, 천막이나 마차 등을 고치는 자 1명, 노비를 관리하는 자 1명, 천막을 경호하는 자 1명, 양을 기르는 자 1명, 말을 관리하는 자 2명, 말을 방목하는 자 3명, 사자使者 역할을 하는 사람 4명으로 구성된 부대가 편성되었습니다. 이 부대는 케시크텐(당직, 윤번을 맡은 자들이라는 의미. 단수형은 케시크투)이라고 불리며 평소에는 주군을 호위하거나 궁정 내의 다양한 임무를 담당하는 가정기관으로서, 전쟁 시에는 군사력의 기초로서 활약했습니다.

 

 그 뒤 1203년, 테무진은 자신 밑의 병사들의 수를 파악한 뒤 십진법에 기초해 상비군(천인대, 백인대, 십 인대)을 편성하고 천인대장, 백인대장, 십인대장의 자제들 중 우수한 자 1500명을 골라 케시크텐에 편입시켜 새로운 케시크텐을 만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숙위(야간 경호 담당) 80명, 시위侍衛[각주:2] 70명, 활통잡이 400명, 용병 1,000명을 편성했습니다.

 

 1206년 몽골 고원의 유목민을 통일한 테무진은 황제로 즉위해 자신 밑의 유목민을 95개의 천인대로 편성했고, 천인대장을 한 명 한 명 지명했습니다. 천인대장을 지명하며 케시크텐의 규모도 확대해 숙위는 800명, 그 후 1,000명으로, 활통잡이도 1,000명, 시위는 용병과 합병해 8,000명이 되어 총 10,000명이 되었습니다. 이 10,000이라는 숫자는 칭기즈 사후 제2대 황제 오고타이 치세에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케시크텐은 일정 수의 시종도 함께 입대해 3일 교대로 근무했습니다. 케시크텐으로서 주군의 곁을 지킨 뒤, 군사나 정치의 요직을 맡아 활약하게 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 예로 수부타이(수베게데이라고도 함. 1223년 볼가-불가리아까지 진군함), 다가차르(만화 본편 제17막~제18막의 금나라 원정에 참가했고 그 뒤 현지에 남아 탐마치를 이끌음), 초르마군(1231년 아제르바이잔을 거점으로 삼은 호라즘 샤 왕조의 잘랄 앗 딘을 격파함)를 들 수 있습니다. 케시크텐은 제국의 엘리트를 양성하는 조직이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만화 제28막~제29막에서는 아르군과 이르치다이가 케시크텐으로서 야간 경호를 담당하는데요, 실제로 『집사』 「부족 편」의 「잘라이르 부족」, 「오이라트 부족」 항목에는 아르군이 숙위의 시종으로서 야간 경호에 참여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야간 경호를 맡은 아르군과 이르치다이 (제28막)

 또 이르케와 이르치다이에 대해서 만화 본편에선

아버지 이르케

오고타이의 부육계.
눈이 심하게 오던 해 가난한 집에서 아르군을 삼.
아들 이르치다이와 함께 아르군을 케시크에 넣음.
아들 이르치다이 아버지의 부인 중 한 명과 밀통함.

 

이라고 되어 있지만, 『집사』 「부족 편」의 「잘라이르 부족」 항목에선

형 이르게(=이르케) 오고타이의 부육계.
아들 에르치다이
(=이르치다이)
형의 첩 중 한 명과 밀통함.
아버지 카단  가난한 남자에게서 소의 허벅지살과 바꿔 아들 아르군을 삼.
자신의 아들 중 한명을 오고타이의 숙위로 넣을 때 아르군을 시종으로서 동행시킴.

 

이라고 적혀 있고, 『집사』 「부족 편」의 「오이라트 부족」 항목에는

이르게 카단 기근이 든 해에 소의 허벅지살을 대가로 아르군을 아버지에게서 삼.
자신의 아들 중 한 명과 함께 아르군을 오고타이의 야간 경호를 맡는 케시크로 편입시킴.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만화 본편의 이르케는 『집사』의 카단, 이르게, 이르게 카단의 요소를 적절히 섞어 만들어진 캐릭터로 보입니다.

눈이 많이 오던 해 가난한 집에서 아르군을 산 이르케 (제26막)

 참고로 케시크텐에는 서기관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오고타이를 따르는 친카이도 그중 한 명입니다.

가운데가 오고타이, 오른쪽이 친카이 (제29막)

 서기관은 문서를 적는 일뿐만 아니라 국새의 날인이나 궁정을 방문한 상인과 외교사절을 대응하는 등 다양한 일을 담당했습니다. 서기관은 제국 전체를 따른다기보단 황제 개인을 따르는 가신이었기에 주군이 죽으면 그 지위도 흔들렸습니다.

 

 

 

 

  1. 오랑캐의 어원이 되는 부족이기도 함. [본문으로]
  2. 높은 사람을 호위함, 또는 그런 사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