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만화 『천막의 자두가르』의 무대가 되는 땅의 역사나 문화를 연재 형식으로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직물⸻몽골 제국 사람들이 몸에 걸쳤던 옷을 주제로, 천에 초점을 맞추어 소개하려 합니다. 제27막 중반에 보락친이 상인에게 직물을 구입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당시 몽골 제국은 실제로는 어떤 색이나 촉감의 천으로 옷을 지어 입었을까요?
| 호화롭고 화려한 옷차림
제27막과 같은 시기, 1233~1234년 몽골 제국을 방문한 팽대아의 기록 『흑달사략』에 따르면 당시 사람들의 복장은 아래와 같았던 모양입니다.
⸻基服 、 右衽而方領 、 舊而氈毳革 、 新以紵絲金線 。 色用紅紫紺綠 、 紋以日月龍鳳 、 無貴賤等差。 번역: 몽골 사람들의 옷은 오른쪽 옷섶(오른쪽 옷을 아래로, 왼쪽 옷을 위로 겹쳐 입는 형태)으로 소매는 직사각형이다. 이전엔 모직물과 가죽을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단자(색비단실을 수자직이라는 방법으로 짜 문양을 그려넣은 직물)나 금실을 사용한다. 색은 붉은색, 보라색, 감색, 녹색을 사용하고, 문양은 태양, 달, 용, 봉황을 주로 넣으며 귀천의 차는 없다. |
또, 잠시 만화 본편 제8막(1229년)의 이야기를 하자면 『세계정복자의 역사』(주베이니 저, 13세기 중반 완성)에도 복장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세계정복자의 역사』에 따르면 제2대 황제 오고타이가 즉위할 때의 총회의⸻쿠릴타이에선 회의 참석자 전원 같은 색의 옷을 입었고, 그 색은 쿠릴타이가 이어진 41일간 매일 달라졌다고 합니다.
옷에 쓰인 천이나 색에 대한 기록은, 만화 본편 시점보다는 조금 뒷 시대의 이야기지만 제3대 황제가 즉위할 때의 쿠릴타이에 참석했던 기독교 선교사 카르피니의 여행기에 실려 있습니다. 카르
피니의 여행기에 따르면 쿠릴타이 참석자는 첫날에는 흰색, 둘째 날에는 빨간색, 셋째 날에는 파란색의 비로드, 넷째 날에 발다킨이라고 불리는 호화로운 비단옷을 전부 맞춰 입었다고 합니다.
이 비로드나 발다킨이라는 직물은 어떤 직물이었을까요?
| 비로드
비로드(벨벳)는 광택이 있고 천 표면의 털이 길어 손에 만져지는 좋은 천으로, 비단이나 면으로 만듭니다. 현대 일본에선 그랜드피아노의 붉은 커버를 만들 때 비로드를 자주 사용합니다.
『동방견문록』(13세기 후반 몽골 제국에 장기간 체류했던 이탈리아 상인 마르코 폴로의 여행기)에는 '클라모이시이'라고 불리는 비로드가 등장합니다. 클라모이시이라는 이름은 붉은색 염료 케르메스(원료는 노린재목 패갑충, '크림슨'의 어원)에서 유래했는데, 마르코 폴로는 이 케르메스로 물들여 짙은 다홍색을 낸 옷감을 클라모이시이라고 적었습니다. 『동방견문록』에서 클라모이시이는 몽골 제국 서쪽에 위치한 바그다드(현재 이라크 수도)의 특산품으로 '나시치'나 '나크'라는 직물과 함께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중 나크는 비로드의 일종으로, 금색 실로 짠 걸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 발다킨⸻나시치
발다킨은 금색이나 색을 입힌 실로 다양한 문양을 낸 고가의 직물로, 현재 일본의 면과 비슷합니다. 발다킨의 산지로 유명했던 바그다드에서 따온 이름이 여행기를 적은 카르피니의 고향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전역에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중세 라틴어로는 baldakinus, 이탈리아어로는 baldacchino, 영어로는 baldachin/baudekin이라고 적습니다). 이런 직물은 몽골 제국에선 나시치(나시지, 나치도 등, 어원은 아라비아어나 페르시아어의 nasij)라고 불렸습니다. 주로 페르시아 등지에서 잔뜩 수입했고, 1220년대에는 몽골 제국령 내에서도 생산했던 모양입니다.
역사서 『헤라트 사기』(사이피 헤라비 저, 1318~1322년 집필)에 따르면 1221년에 툴루이가 이끈 몽골군이 헤라트(현재의 아프가니스탄 동부)를 공격했을 때, 헤라트 측이 목숨을 구걸하며 직공 200명을 바쳤다고 합니다. 툴루이는 이 직공들을 몽골 영내의 베쉬발릭(현재의 중국 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시 동부)으로 이주시키고 그 지역에 공장을 세워 직물을 만들게 했습니다. 이후 베쉬발릭으로 이주한 직공들이 만든 나시치가 칭기즈 칸의 부인 한 명의 손을 거쳐 오고타이에게 전해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서방 원정에서 포로가 된 직공들이 나시치를 만든 곳은 베쉬발릭 외에도 주마림(현재의 중국 허베이성)이나 홍주(주마림에서 서남쪽으로 약 100리 떨어진 곳)가 있습니다. 주마림은 사마르칸드(현재의 우즈베키스탄)를 한자로 음차한 것인데, 이름처럼 주민 대부분이 사마르칸드 출신이었습니다. 홍주의 직공은 친카이(오고타이의 측근, 만화 본편 제6막, 제13막, 제15막 등에 등장) 소속으로 친카이의 아들이 다루가치로서 홍주에서 생산하는 나시치를 관리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의 몽골국립박물관에선 실제로 나시치로 지은 옷을 전시하고 있습니다(이하 사진) 시간이 흘러 지금은 갈색이 되어버렸지만,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흰 바탕에 금색 실로 수놓은 문양이 반짝이는 호화로운 옷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 덤 ⸻ 명반석
지금까지 몽골 제국에서 쓰인 직물을 소개했습니다. 제27막 중반에 이런 직물을 화려하게 물들일 때 쓰는 도구로 명반석이라는 광물이 등장합니다.
명반석의 화학식은 KAI3(SO4)2(OH)6으로, 일본에는 명반석 채굴지가 많습니다. 칼륨과 알루미늄이 주성분인 무른 광석으로 가열하면 작은 소리가 나는 듯합니다.
만화 본편 시점보다 조금 이전, 12세기말 셀주크 왕조가 만든 페르시아어 백과사전 『피조물의 경이와 만물의 진기』(무함마드 븐 마호메트 투시 저)에는 '명반은 치사량의 독이 있어 폐를 상하게 하지만 쓸모도 많다. 명반석을 사용해 염색을 하기도 한다. 비단은 쉬이 물들지 않지만 명반수에 담그면 물들이기 쉬워진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구절을 통해 명반석을 염색에 사용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만화 본편과 거의 비슷한 시대, 13세기 초 이집트에서는 이 명반석이 한창 채굴되어 비잔틴 제국 주변 지역에서 많이 쓰였다고 합니다. 이집트 북부 사막지대서 캔 명반석을 우선 나일강 강가의 두둑에 모읍니다. 그리고 매년 여름 나일강이 범람할 때, 명반석은 배로 강 하구의 도시 알렉산드리아로 보내지고, 이 알렉산드리아의 시장에서 상인을 통해 주변 지역으로 이동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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