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만화 『천막의 자두가르』의 무대가 되는 땅의 역사나 문화를 연재 형식으로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앞으로 몇 달간은 방향성을 바꾸어 『천막의 자두가르』 독자이자 몽골 제국을 연구하는 연구자분들께 만화 속에 그려진 역사상의 사실이나 인물상에 대한 감상, 혹은 실제 역사와 결말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읽을 때의 즐거움 등을 인터뷰하려 합니다. 이번 인터뷰는 시라이시 노리유키 씨와 진행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속과 연구 주제를 알려 주세요.
니가타대학 인문학부의 시라이시 노리유키라고 합니다. (상세) 전공은 몽골 고고학입니다. 칭기즈 칸 시대(13세기 초)에 몽골 고원에 살던 사람들의 생활상을 복원하고, 이를 통해 칭기즈가 어째서 강대화해 몽골 제국이라는 큰 나라를 만들 수 있었는가, 그 메커니즘을 해명하는 게 제 연구의 큰 주제입니다.
⸻『천막의 자두가르』라는 만화를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작년 슈쿠토쿠대학의 미야케 토시히코 교수님(상세)과 몽골에 발굴 조사를 하러 갔었습니다. 미야케 교수님께서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시는 분이셔서 교수님으로부터 『천막의 자두가르』라는 만화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발굴 중, 일본학술진흥회 과학연구비조성사업 「정치 중심의 이동과 수계:아프로유라시아의 집단・국가의 형성과 확대와 수도권」의 연구진분들께서 견학하러 오셨는데요, 그때 함께 오신 타니가와 씨께서 칼럼 『천막의 자두가르를 더욱 재미있게!』를 연재하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몽골사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된 데다, 재미있는 만화라고 들어서 귀국하자마자 3권을 사서 읽었습니다. 만화라는 장르를 넘은 장대한 역사 그림책이라서 몽골사는 재미있다는 걸 다시 한번 떠올리는 계기가 된 작품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학생이나 연구자들과 『천막의 자두가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으신가요?
니가타대학에서는 일본 고고학에 흥미를 가진 학생들만을 지도하고 있어 몽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연구자들 사이에선, 예를 들어 어제 개최된 심포지엄 「몽골 제국사 연구의 현재와 과제」(2024년 6월 22일, 내륙아시아사학회 주최) 회장에서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모두 이 만화를 읽고 있더군요.
⸻『천막의 자두가르』 속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소설 『칭기즈 전기』 등, 칭기즈 시대를 다룬 작품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 후 오고타이 카안 시대를 다룬 작품은 적고, 그중에서도 특히 이슬람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춘 건 토마토수프 작가님이 처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천막의 자두가르』의 주인공 파티마의 모델이 된 인물에 대해서는 역사서 『집사』에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흥미가 없어 대충 읽고 넘긴 부분이었습니다. 토마토수프 작가님께서는 어떻게 이 부분에 주목하게 되셨을까요, 작가로서 끌리는 부분이 있었던 걸까요.
- 토마토수프 작가님의 답변: 파티마에게 주목한 이유
칭기즈 칸으로부터 몽골 울루스를 이어받아 시스템을 다진 오고타이 카안에겐, 칭기즈 칸과는 다른 굉장함이 있다고 생각해 흥미를 느꼈습니다. 오고타이 시대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 세계의 관료들이나 무장들이 활약하던 것도 재미있고요. 그리고 강대한 이미지를 가진 몽골 제국의 중심에 (제가 읽은 책에서는 제6비라고 소개되었던) 퇴레게네와, 이란에서 포로로 잡혀 왔던 파티마라는 두 여성이 암약하고 있단 걸 알게 됐을 때 퇴레게네와 파티마는 어떻게 살았을까 상상하고 싶어졌습니다. 이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인물을 그리는 방식은 『집사』나 『원사』 같은 역사서의 이미지와는 꽤 다르죠. '이 인물은 어떻게 그려질까'라는 서스펜스 같은 긴장감, 두근거림이 있습니다. 무척 무섭고 차갑다는 이미지를 받은 인물이 실은 다정한 인물이 있는 캐릭터로 그려지는 등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상이 풍부해 보입니다. 게다가 그림도 사랑스러워서, 누구도 미워할 수 없게 되죠. 모두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요. 결말을 알고 있어 복잡한 심정이지만, '실제 세계에선 이런 느낌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툴루이(칭기즈의 사남이자 오고타이의 동생)는 처음에는 '이렇게 가벼운 인물이었을까?'라고 생각했지만 툴루이는 막내이니 의외로 이것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다고 납득했습니다.
개인적으론 게르(천막)의 배치나 그 안의 방의 배치 등 풍경 묘사에도 눈길이 갑니다. 툴루이의 아내 소르칵타니의 게르에 소르칵타니가 믿은 경교(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의 특징적인 십자가가 놓인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묘사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들여 '이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구나'라는 신뢰를 줍니다. 이 신뢰가 있기에, 만화 속 인물상이 이미지와 달라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작품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게르를 실은 수레를 소가 끌고 있는 장면도 정면이나 옆, 뒷면 등 다양한 각도로 등장하는데 어느 것도 제대로 그려져 있다는 게 굉장합니다.
또, 주인공 파테마가 퇴레게네의 시중을 드는 장면에서 몸을 씻는 데에 쓰는 대야의 물을 게르 밖에 버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몽골인은 대야의 물을 게르에서 두세 발짝 떨어진 곳에 자주 버립니다. 이런 몽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리얼함이 그려져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만화 1권 초반에 그려진 이슬람 건축물 묘사를 보곤 감동했습니다. 방 안은 물론이고 옥상에서 쟁반을 떨어뜨리는 장면도 있었는데요, 이슬람 건축물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는 게 믿기지 않는 발상이라 혹시 토마토수프 선생님은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걸까,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저 게르를 그릴 수 있는 사람이나 이슬람 건축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은 많을 겁니다. 하지만 그곳에 사는 인간까지 포함된 리얼함을 그려내고 있어 깜짝 놀랐고, 또 감동했습니다.
그러고보니 토마토수프 작가님께선 5월에 몽골에 다녀오셨다고 하셨죠. SNS에서 토마토수프 작가님께서 발가스 유적에 다녀오셨다는 기사를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현지를 직접 다녀온 뒤 실제 모습을 그리려는, 공부를 향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천막의 자두가르』 스토리의 기반이 된 실제 역사나 결말을 상당 부분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하는데요, 이렇게 전부 알고 있는 상태에서 만화를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연구자는 1233년의 몇 월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식으로 역사의 일분 일초를 순간순간 잘라내어 하나의 종이 연극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면 『천막의 자두가르』는 그 종이 연극 하나하나 사이를 보충해 동영상처럼 만드는 형태로, 하나하나의 장면을 생생하게 그려내십니다. 한 순간 한 순간이 어떻게 이어질까, 한 권 한 권,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보는 게 기대됩니다.
『천막의 자두가르』를 읽다 보면, 무척 공부가 됩니다. 제가 쓰는 건 그 순간순간을 모을 뿐이라 연구자가 아닌 사람들에겐 재미있는 물건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연구라는 건 작게 잘라내는 거니까요. 하지만 이런 작품이 연결하는 것처럼, 제가 쓰는 것도 연결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도 '스토리를 생각한 뒤 글을 쓸 걸 그랬나'라며 반성했습니다.
⸻시라이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천막의 자두가르』 스토리 구성의 치밀함과 재미를 다시 느꼈습니다. 인터뷰에 협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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