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번역본에는 『천막의 자두가르』 한국 미정발본의 일부 장면과 추후 전개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다면 읽지 않는 걸 추천드립니다.
해당 번역본에 첨부된 미정발본 장면은 칼럼에 수록된 장면'만' 임의로 번역한 것입니다. (문제시 삭제, 정발 후 수정합니다. 미정발분 전부 직접 구매하여 읽고 있습니다.)
본 칼럼은 만화 『천막의 자두가르』의 무대가 되는 땅의 역사나 문화를 연재 형식으로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지난 6월부터 방향성을 바꾸어 『천막의 자두가르』 독자이자 몽골 제국을 연구하는 연구자분들께 만화 속에 그려진 역사상의 사실이나 인물상에 대한 감상, 혹은 실제 역사와 결말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읽을 때의 즐거움 등을 인터뷰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욧카이치 야스히로 씨와 진행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속과 연구 주제를 알려 주세요.
욧카이치 야스히로라고 합니다. 릿쿄대학 문학부 사학과 세계사학전공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상세) 정치, 경제적인 측면에서부터 문화적인 측면으로까지 바라본 몽골 제국 시대의 동서 유라시아 교류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천막의 자두가르』라는 만화를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몽골이나 튀르크, 만주, 중국을 연구하는 분들에게서 책 제목을 자주 들어 언젠가 읽으려고 생각하던 차였습니다.
최근 릿쿄대학의 이시이 마사코 선생님(상세)과 마이너리티를 다룬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시이 선생님께서 토마토수프 작가님의 작품이 재미있다며 추천해 주셨습니다. 이시이 선생님께서 『천막의 자두가르』는 제 연구 테마와 겹치는 부분이 많지 않냐고 하시길래, 다음날 바로 사서 읽었습니다.
⸻평소에도 만화를 자주 읽으시나요?
바쁠 땐 자주 읽지 못하지만, 시간이 나면 읽습니다.
예전부터 야스히코 요시카즈 선생님의 만화를 즐겨 읽었습니다. 몽골과 관계가 있는 『이누이와 타츠미 -자바이칼 전기-』나 『무지갯빛 트로츠키』 같은 작품을 그리신 분이세요. 야스히코 선생님의 『여도몽담』이라는 작품은 송포당과 함께 여도(대만)를 탈출한 아마쿠사 시로가 해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된다는 이야기인데요, 역사적 관점으로 보면 황당무계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만화로써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또, 와타누키 요시코 작가님의 『이웃의 백괴견문록』도 읽고 있습니다. 최근 저는 동서 유라시아 교류 중에서도 특히 문화와 종교, 구체적으론 동물이나 그 디자인과 신앙의 관계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어 우가진(宇賀神, 변재천의 머리 위에 올라탄 사람 머리를 한 뱀 모습의 신)과 수신水神 신앙을 파고들고 있는데요, 이 우가진이 『이웃의 백괴견문록』에도 등장합니다. 역시 제가 연구하고 있는 대상이 만화에 등장하면 '오옷!' 하게 되더군요.
⸻학생이나 연구자들과 역사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으신가요?
강의할 때 학생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입구 역할로써 만화를 소개할 때가 있습니다. 만화를 통해 소개하면 흥미를 갖기 쉬워지니까요.
연구자끼리 대화를 나누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대학 연구실 옆자리의 오자와 미노루 선생님(상세)은 바이킹을 다룬 역사 만화 『빈란드 사가』의 고증에 협력하고 계십니다. 오자와 선생님과 대화하다 보면 역사학의 서브컬쳐로서의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게 됩니다.
⸻『천막의 자두가르』 속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료를 충실히 그리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예를 들어, 『천막의 자두가르』 제15막에 그려진 일화⸻오고타이 카안이 가난한 사람에게 준 진주가 돌고 돌아 이란 동부에 도착하고, 최종적으로는 헌상품으로써 오고타이와 모게에게 돌아온다 ⸻는 역사서 『세계정복자의 역사』(주베이니 저)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대학생 시절에 『세계정복자의 역사』에서 이 부분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일화를 만화에서 몇 년 만에 다시 보게 되니 추억이 되살아나는 한편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주인공 파티마도 『세계정복자의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파티마도 학생 시절 읽은 적이 있었지만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요, 만화를 읽으니 팟 하고 다시 떠올랐습니다. 『세계정복자의 역사』에 적힌 내용은 만화의 이후 전개와 관련이 있을 것 같아 여기서 자세히 밝히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꽤 충격적인 내용이었어서 이후 전개가 어떻게 될지 무척 신경 쓰입니다.
토마토수프 작가님의 작품은 『천막의 자두가르』 외에도 『댐피어의 맛있는 모험』도 읽었습니다. 두 작품 모두 귀여운 그림체로 그려져 있지만 처참한 내용이 담겨 있죠. 『댐피어의 맛있는 모험』은 17세기를 무대로 주인공 댐피어가 지식을 좇아 모험하는 내용이지만 댐피어가 탄 영국 사략선(영국의 허가를 받아 적국의 배를 침략하는 배)이고 아무렇지 않게 선주민을 침략하잖아요. 하지만 그런 내용을 읽어도 기분이 어두워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토마토수프 선생님의 뛰어난 실력을 느꼈습니다.
그보다 제목의 '자두가르'라는 단어 말인데요. 이 단어는 페르시아어로 마술사라는 의미인데, 몽골어에도 이 단어와 어감이 비슷한 '자다'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자다석'이라는 특별한 돌을 써 비를 내리게 하는 걸 '자다술'이라고 하는데, 이 자다술은 칭기즈 칸의 고원 통일이나 그 후 몽골 제국의 역사 속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1
'자두가르'의 어원을 찾아보니 아베스타어에 있는 듯한데, '자다'와의 언어학적 관련성은 현시점에선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두가르'라는 단어가 마술사라는 의미를 담게 된 데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몽골 시대의 '자다'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토마토수프 작가님께 묻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만화를 그릴 때, 사료나 연구를 어떻게 찾는지 묻고 싶습니다. 특히 카툰(황제나 왕족의 아내)을 묘사할 때 사실감이 느껴져서 어떻게 정보를 모으고 있는지 그 방법이 궁금합니다.
- 토마토수프 작가님의 답변: 주로 서점이나 도서관, 국회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는 책이나 논문을 자료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카툰에 대한 정보는 단편적인 것밖에 찾을 수 없었기에 대부분 픽션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쿨란이나 소르칵타니는 몽골로 시집오기 전에 있었던 부족이나 부친 등 친족을 조사한 뒤 어떤 걸 보며 살아왔을지 상상한 뒤에 만든 캐릭터입니다.
카툰 간의 관계 말인데요, 카툰들은 서로 적대시하며 자신의 아들에게 어떻게든 더 많은 권력을 주기 위해 궁정이나 국가까지 끌어들이며 경쟁했다고 합니다. 몽골에게 멸망당한 세력 출신 여성이 꿍꿍이를 숨기고 카툰이 된 경우도 있을 겁니다. 『천막의 자두가르』는 그런 여성들의 모습을 공들여 그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천막의 자두가르』 스토리의 기반이 된 실제 역사나 결말을 상당 부분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하는데요, 이렇게 전부 알고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만화를 즐기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역사 지식이 있는 만큼 이후 이야기의 전환점이 될 사건들이 예상이 됩니다. 그 사건을 토마토수프 작가님께서 어떻게 그려나가실지 기대하며 읽고 있습니다.
만화 4권까지의 이야기 속에서 가장 큰 전환점은 툴루이의 죽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툴루이의 죽음은 암살이라던가, 스스로 독을 마셔 죽었다던가, 다양한 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천막의 자두가르』에서 툴루이의 죽음을 어떻게 그려낼 것인지 주목하고 있었는데요, 무척 훌륭하게 그려졌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등 이야기의 전환점이 몇 개고 등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장면을 어떻게 그려나가실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알고 있는 인물이 어떻게 그려지느냐네요.
칭기즈의 아들들(주치, 차가타이, 오고타이, 툴루이)은 척 보기엔 건방지게 그려진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 읽다 보면 역시 뒷면에는 각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연구에선 역사 속 인물들의 심정을 다루기 힘들다 보니 만화만의 묘미로써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또, 저는 칭기즈의 아들들의 신하나 조정의 신하들에 대해서도 연구한 적이 있어 이 신하들이 어떻게 그려지는지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인물들 중에선 친카이나 아르군, 코르구즈 등에 주목했습니다.
사료 속 코르구즈는 웅변의 달인으로 그려집니다. 만화에선 코르구즈의 이런 면모가 외국어로 된 비즈니스 용어를 남발하는 모습으로 표현된 게 재미있었습니다.
몽골 제국 조정의 신하는 누구의 비호를 받느냐, 누구에게 후원을 받을 것인가가 무척 중요했습니다. 누구에게 후원을 받느냐에 따라 하루아침에 권력을 손에 넣는 경우도 있었고, 후원이 무너져 눈 깜짝할 새에 파멸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 부분에도 주목하며 읽고 있습니다.
또 카툰의 장신구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마침 제 연수회에서 불교의 장식, 특히 '영락'이라고 하는 관이나 머리 장식, 가슴 장식을 연구하고 있는 학생이 있거든요. 『천막의 자두가르』에 등장하는 카툰들이 이 영락과 비슷한 장식을 걸치고 있더군요. 카툰의 옷차림이나 이슬람 여성, 몽골 여성을 그리는 방식에도 주의하며 읽고 있습니다.
⸻인터뷰에 협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천막의 자두가르』가 어떻게 전개될지, 무척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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