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만화 『천막의 자두가르』의 무대가 되는 땅의 역사나 문화를 연재 형식으로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제20막에서 그려진 툴루이의 죽음. 툴루이가 오고타이 대카안을 대신해 죽었다고 적은 역사서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역사서도 있습니다. 또, 툴루이가 오고타이를 대신해 죽었다고 적은 역사서에 기록된 툴루이가 죽음을 대신하기까지의 과정에도 저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 칼럼은 『집사』, 『원사』, 『원조비사』, 『세계정복자의 역사』에 툴루이의 죽음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 그리고 각 역사서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 『집사』
14세기 초 일 칸국의 행상 라시드 앗 딘이 편찬한 역사서입니다. 제1권 「몽골사」, 제2권 「세계사」, 제3권 「세계지지地誌」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세 권의 책 중 1권의 내용은 일 칸국 제7대 군주 가잔의 명령을 받아 편찬한 것(1307년 완성)이며, 제2권과 제3권의 내용은 제8대 군주 올제이투의 명령을 받아 편찬한 것(1310/11년 완성)입니다.
일 칸국은 서아시아, 현재의 이란을 중심으로 하는 나라입니다. 가잔과 올제라두는 형제로, 두 사람 모두 툴루이의 아들 훌라구의 증손자입니다.
제1권 「몽골사」(정식 명칭 '가잔의 축복받은 역사')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제1부는 몽골 고원의 유목민을 중심으로 중앙유라시아를 지배한 부족의 역사를 해설한 '부족 편'입니다. 제2부는 '칭기즈 칸 전기', '오고타이 칸 전기' 등, 칭기즈 칸의 선조나 일족의 제왕별로 항목을 나눈 뒤 그 생애나 통치 기간, 업적 등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원문은 아라비아 문자로 적힌 페르시아어이지만, 러시아어, 현대 중국어, 영어, 몽골어, 한국어, 일본어로도 번역되었습니다. 번역본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건 소련과학아카데미의 러시아어 번역으로 중국어, 몽골어, 일본어 번역본은 러시아어 번역본의 중역본입니다.
『집사』 제1권 「몽골사」 제2부 '툴루이 칸 전기'에 툴루이의 죽음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그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금나라 원정에서 돌아오는 길, 오고타이가 병에 걸렸다.
→ 무당이 주문을 읊고, 병을 물에 봉인한다.
→ 툴루이가 등장해 신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약 오고타이의 죄로 노하여 그가 병으로 고통받게 하신 거라면, 전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인 쪽의 죄가 더욱 깊습니다. 만약 신이 외모나 능력이 뛰어난 자를 곁에 두고자 오고타이를 선택하신 거라면, 제 쪽이 더욱 뛰어납니다.
→ 무당이 오고타이의 병을 봉인하는 데에 쓴 물을 툴루이가 마신다.
→ 오고타이는 회복했으나, 툴루이는 귀환 도중 병을 얻어 죽는다.
| 『원사』
명나라 시기 국가 주도 하에 이선장, 송렴, 왕위가 중심이 되어 편찬해 1370년 완성한 역사서입니다. 칭기즈 칸의 선조부터 원나라 황제 토곤 테무르가 몽골 고원으로 쫓겨나기까지(1368년)의 일을 담고 있습니다. 전 210권으로, 본기(역대 황제의 업적) 47권, 지(제도 해설) 58권, 표(황실의 가계도 등) 8권, 열전(인물전, 외국 지리) 97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368년 명나라가 들어서고 겨우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만들어진 책이기에 틀린 부분도 많습니다.
또, 『원사』는 한문으로 적혀있는 역사서이지만 문체가 기묘하고 몽골어를 직역한 구어체로 적혀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29권 「태정제본기」 앞부분의 태정제(=몽골 제국 제10대 황제 이슨테무르) 즉위 조서 부분이 유명합니다. 이 문체는 칭기즈 칸 시대 이래, 몽골 제국의 지배자층이 내린 명령을 한문으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쓰인 문체입니다. 시간이 지나 문체가 정형화되며 점점 부자연스러운 한문이 된 것이죠.
115권 '예종(=툴루이) 열전'에 툴루이의 죽음이 적혀 있습니다. 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금나라 원정에서 돌아오는 길, 오고타이가 병에 걸렸다.
→ 툴루이가 등장해 오고타이를 대신하겠다며 천지에게 기도한다.
→ 무당이 오고타이의 병을 봉인하는 데에 쓴 물을 툴루이가 마신다.
→ 오고타이는 회복했으나, 툴루이는 귀환 도중 병을 얻어 죽는다.
큰 흐름은 『집사』와 동일하지만 툴루이가 물을 마시기 전의 내용이 간략화되어 '오고타이를 대신하겠다며 기도한다' 라는 문장으로만 적혀 있습니다.
| 『세계정복자의 역사』
툴루이의 아들 훌라구를 따르던 아타 말릭 주베이니(1226~1283)가 13세기 중반에 쓴 역사서입니다. 주베이니는 이란 동부 호라산의 요베인의 명가 출신입니다. 아버지 바하 알 딘은 몽골 제국 관료를 맡았으며, 주베이니도 20세가 되기 전에 관직에 올랐습니다. 주베이니가 친구의 추천을 받아 세계정복자, 즉 칭기즈 칸의 역사를 적기 시작한 건 1252/53년의 일입니다. 이때 주베이니는 몽골 제국 페르시아 총독부의 아르군 아카의 밑에서 일하며 제국의 수도 카라코룸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 후 집필을 이어가다 1250년 바그다드 장관에 임명되었을 때 집필을 끝냈습니다.
『세계정복자의 역사』는 총 세 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1권에선 칭기즈 칸의 발흥과 법령, 위구르 역사와 전승, 칭기즈 칸의 호라즘 왕국 정복, 제2대 황제 오고타이와 제3대 황제의 시대, 주치 가, 바투의 서방 원정, 차가타이 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제2권에선 호라즘 왕국의 건국과 멸망, 카라 키타이(서요), 페르시아 총독부를, 제3권에선 제4대 황제의 즉위, 훌라구의 서방 원정, 이스마일 파 암살단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원문은 아라비아 문자로 적힌 페르시아어로, 파리 국민도서관이 사본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1912~37년에 교정본이 출간되었고 영어 번역본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제3권 첫 부분에 툴루이의 죽음이 적혀 있지만, 금나라 원정에서 돌아온 후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죽었다는 말만 적혀 있습니다. 『집사』나 『원사』처럼 오고타이를 대신해 죽었다는 말은 한 마디도 없습니다.
| 『원조비사』
몽골인이 자신의 언어로 기록한 가장 오래된 역사서(문학적인 요소가 많이 포함됨)입니다. 작자 불명에 쓰인 연도도 여러 설(1240년 설, 1228년에서 1324년까지 여러 사람이 추가하면서 썼다는 설 등)이 있습니다. 처음엔 위구르 문자와 파스파 문자로 적힌 몽골어로 적혀 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명나라 대에 들어서는 한자 음역(몽골어의 음을 한자로 표기)되어 행, 절마다 한문 역주가 붙어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습니다. 12권으로 이루어진 버전과 15권으로 이루어진 버전 두 가지가 있지만 큰 내용 차이는 없습니다.
단, 위구르 문자나 파스파 문자 원전이 현존하지 않는 걸 보아 꽤 오랫동안 몽골인이 원전을 보관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이것도 17세기 후반에 롭상 단진이 쓴 몽골어 연대기 『알탄 톱치』에 원조비사의 원전에서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많다는 점에서 추측한 것입니다.
『원조비사』에는 몽골인의 기원, 칭기즈 칸의 선조, 제국 건설 과정, 즉위와 그 후의 내정, 원정, 제2대 황제 오고타이 카안의 치세가 적혀 있습니다. 『원조비사』는 전체적으로 칭기즈와 그 자손의 지배에 정당성을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복잡한 역사적 사실을 연대순으로 서술하지 않고 정돈해 적어둔 부분도 있으며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부분도 많습니다. 몽골인이 제국이 건설될 때까지 문자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기원이나 선조에 대한 이야기를 입에서 입으로 전한 게 『원조비사』의 문체에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원조비사』에 적힌 툴루이의 죽음은 『집사』, 『원사』에 적혀있는 것과 대략적인 틀은 비슷하지만 더욱 많은 요소가 첨가되어 드라마틱한 느낌의 일화가 되어 있습니다. 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금나라 원정에서 돌아오는 길, 오고타이가 병에 걸려 혀조차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 무당의 점괘에 의하면 병의 원인은 금나라 땅의 신, 강물의 주인의 분노라고 한다.
→ 친족 중 오고타이를 대신할 사람을 바치면 분노가 가라앉을 것이라는 점괘를 내자 오고타이의 병세가 안정되었다.
→ 오고타이의 곁에 있던 툴루이가 '나에게는 큰 죄가 있으며 용모 또한 뛰어나니 형을 대신하겠다'고 나섰다.
→ 툴루이는 무당에게 물에 병을 봉인하라고 시킨 뒤 그 물을 마셨다. 물을 마신 툴루이는 마치 취한 사람처럼 떠들기 시작하더니 밖으로 나가버렸고, 곧바로 죽었다.
→ 오고타이의 병이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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