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만화 『천막의 자두가르』의 무대가 되는 땅의 역사나 문화를 연재 형식으로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이번 테마는 군대 구조입니다. 제18막에선 금나라와 벌인 대규모의 전쟁이 그려졌습니다. 당시(1232년경)의 몽골은 어떻게 이런 전쟁을 준비하거나 치안을 유지했을까요? 천호제, 탐마치, 아우루크, 케시크/케시크텐 이 네 키워드를 사용해 조직의 일부를 소개하려 합니다.
| 천호제
몽골 제국군의 최소 단위는 십인대로, 이게 열 모이면 백인데, 백인대가 열 모이면 천인대가 되는 식으로 10진법에 기초를 두어 조직했습니다. 각 부대의 내역은 13세기 중반 몽골 제국을 방문한 기독교 선교사 카르피니의 여행기에 따르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십인대는 병사 열 명과 지휘관 한 명으로 이루어져 있고, 십인대를 열 모은 후 백인대장을 뽑고, 백인대를 열 모은 후 천인대장을 뽑는 식으로 각 부대의 대장을 한 명씩 뽑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계정복자의 역사』(호라산 지방, 현재의 이란 동부 출신으로 몽골 제국 관료로 일했던 주베이니가 13세기 중반에 집필한 역사서)은 칼비니의 여행기와는 달리, 십인대는 병사 아홉 명과 십인대장 한 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천인대장이 백인대장과 십인대장을 겸임했다고 설명합니다. (아래 그림 참조)
카르피니는 원칙을 적고, 주베이니의 『세계정복자의 역사』는 빈도가 높은 실제 사례를 적어 이런 차이가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즉, 칭기즈 칸이 건국한 몽골 제국의 톱은 천인대장이 백인대장이나 십인대장을 겸임하지 않는, 즉 천인대장이 백인대나 십인대를 전부 관리하지 않는 제도를 목표로 원칙을 세웠지만 실제로는 겸임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는 십인대(장), 백인대(장), 천인대(장)이라고 적었지만 십호戶(장), 백호(장), 천호(장)이라고도 불렸습니다. 당시 몽골 제국에선 어떤 혈연 그룹 내에 병사 혹은 지휘관이 되는 남성이 있다면 그걸 한 호로 세는 사회 관습이 있었습니다. 십인대장/십호장은, 전시戰時뿐만 아니라 전쟁을 하지 않을 때에도 부하와 부하의 가족을 통솔했습니다. 백인대장/백호장, 천인대장/천호장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렇게 십진법으로 조직한 군사/사회 제도는 중앙유라시아 지역의 유목민 사이에서는 이미 흉노(기원전 3세기~기원후 1세기)시대 때부터 존재했습니다. 몽골 제국에서 이 천호제를 정비한 건 13세기 초입니다. 이때, 한때 칭기즈 칸을 적대했으나 항복한 세력(메르키트, 케레이트, 나이만 등)의 항복 이전의 사회 조직을 해체하고, 십진법을 사용해 정확한 인구수를 세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칭기즈 칸과 협력한 세력(옹기라트, 오이라트 등)의 사회 조직은 해체하지 않고 본래의 관습 그대로 지낼 수 있게 해 주어 정확한 인구수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상기한 군사조직은 어떤 규정에 따라 전쟁을 벌였을까요? 칼비니의 여행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그들이 전투를 하다가 십인대에서 한두 명, 세 명이나 혹은 더 많은 사람이 도망치면 모두가 사형에 처해집니다. 한 집단 전체가 도망쳤을 때 백인대의 나머지 집단들도 만약 도망치지 않는다면 모두 처형되고 맙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들 전체가 한 몸처럼 후퇴하지 않는다면 도망쳐오는 사람은 모두 처형된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한두 명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이 전투하러 용감하게 전진할 때, 만약 십인대의 나머지 사람들이 그 뒤를 따르지 않는다면 처형됩니다. 십인대의 한두 명이 포로가 되었을 때, 만약 그 동료들이 그들을 구출해내지 않는다면 처형됩니다. 1
| 탐마치
탐마치란, 몽골 제국의 각 천호 혹은 백호, 십호에서 선발한 일정 수의 병사와 정복 지역에서 징발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군대를 말합니다. 탐마치는 제국의 변방에 주둔하며 치안 유지를 담당했습니다.
예시로 제18막의 금나라 원정 때 오고타이 칸의 곁에서 타가차르라는 인물이 이끈 군단(1~2만 호 추정)을 들 수 있습니다. 원정에 앞서 몽골 제국의 모든 십호에서 20세에서 30세 사이의 병사를 선발한 뒤, 그렇게 모은 사람을 십진법에 기초하여 조직해 만들어진 군단입니다. 이 군단은 1234년 금나라가 멸망한 뒤에도 귀국하지 않고 1240년에는 강남(금나라의 수도였던 개봉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에 배치되었고, 한인 징발병을 편입해 4만 호 정도의 조직이 되었습니다. 징발병과 함께 강남에 머무른 유목민 병사와 지휘관은 한인 여성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 등 현지 사람들과 섞여 들어갔습니다.
이런 탐마치가 원정에 파견된 것은 일러도 칭기즈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1220년대 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이전(1220년대 초중반)에도 정복한 지역의 사람들을 징발병으로서 전선에 보낸 적은 있는 모양입니다.
| 아우루크
유목민이 전쟁을 할 때 실제로 전투를 맡는 성인 남성뿐만 아니라 병사의 가족(노인, 여성, 아이들)도 함께 전장을 향했습니다. 가족은 가축이나 텐트, 생활용품까지 평소의 유목 생활 그대로 이동하며 전투 중엔 전투 부대로부터 떨어진 후방을 지키다 전투가 끝나면 전투부대와 합류해 식사를 하거나 갈아탈 말을 보충하고, 다친 사람을 치료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 가족과 가족이 기르는 가축 무리를 아우루크(후군)라고 합니다. 전투에서 패배했을 경우, 아우루크도 적군에게 빼앗겼습니다. 전투에 승리해서 포로를 얻은 경우 아우루크로 돌려보내 가축이나 유목을 담당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포로가 된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케시크/케시크텐
케시크(케시크텐)은 황제의 호위 등 궁정의 다양한 직무를 네 반으로 나누어 교대로 담당했습니다. 칭기즈 칸 시대에는 1만 명이 케시크 일을 했습니다. 케시크는 천인대장/천호장, 백인대장/백호장, 십인대장/십호장의 자제들 중에서 선발했습니다. 일정 수 이상의 시종을 동반해 궁정에 왔습니다. 궁정 근무에서 시작해 군대의 요직을 맡게 된 사람도 많아(수부타이/수베게데이, 다가차르, 초르마군 등) 제국의 엘리트 양성 시스템 역할도 했습니다.
케시크/케시크텐은 몽골 이전 유목 국가 선비의 뒤를 잇는 나라들(북위 386~534년… 당나라 618~907년)의 '고진'이나 '친신', 몽골 이후의 만주인과 만주인이 세운 나라(후금 1616~1636년, 청나라 1636~1911년)의 '히야' 등과 공통점이 많아, 이런 시스템은 유라시아 대륙에 오랜 시간 동안 널리 존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 1】 무장 (제4막, 제16막)
【참고 2】 제18막까지의 몽골 제국과 몽골 제국의 전신이 겪은 전쟁
연도 | 전쟁 상대 | 황제 | ||
~1208년경 | 적대 유목 세력 (고원의 유목민을 통일) 쿠이텐 전투: 1202년(1201년이라는 설도) 적이 자다술을 사용하였으나 실패하고 아군이 승리했다는 이야기가 내려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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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즈 | ||||
1205~1218 | 서하 (네 번에 걸쳐 침공하여 피폐하게 함) | |||
1211~1215 | 금나라 (수도 중도를 차지함) → 금나라는 개봉으로 천도 | |||
1218 | 서하 (멸망) | |||
1219~1222 | 호라즘 왕조 (멸망) 투스 침략: 1220년 니샤푸르 전투: 1220년, 몽골 제국 지휘관 토구차르(칭기즈의 사위)가 전사함. 인더스 강 전투: 1221년, 호라즘 왕조의 술탄 잘랄 앗 딘이 인더스 강을 건너 동쪽으로 도망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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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1222 |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타격을 입힘) | |||
1223 | 루시 제후, 킵차크 (타격을 입힘) 칼가강 전투: 1223년(1222년이라는 설도) 퇴각하는 척 하여 적군을 유인, 포위하여 승리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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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 볼가-불가리아 왕국 (몽골의 패배) | |||
1226~1227 | 서하(멸망) | 1226~1231 | 잘랄 앗 딘 세력(멸망) | |
오고타이 | ||||
1229~ | 볼가-불가리아 왕국 | |||
1230~1234 | 금나라(멸망) 삼봉산 전투: 1232년, 몽골 제국의 좌익군(툴루이), 중군(오고타이), 우익군(테무게) 중 좌익군과 중국이 금나라 군을 물리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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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 | 고려 |
- 플라노 카르피니, 윌리엄 루브룩, 『몽골 제국 기행 - 마르코 폴로의 선구자들』, 김호동 역주, 까치(2015), p102-10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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