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의 자두가르를 더욱 재미있게!』 샤마니즘과 장례와 지하세계

해당 번역본에는 『천막의 자두가르』 한국 미정발본의 일부 장면과 추후 전개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다면 읽지 않는 걸 추천드립니다. 
해당 번역본에 첨부된 미정발본 장면은 칼럼에 수록된 장면'만' 임의로 번역한 것입니다. (문제시 삭제, 정발 후 수정합니다. 미정발분 전부 직접 구매하여 읽고 있습니다.)

 

 

 

 

 

 본 칼럼은 만화 『천막의 자두가르』의 무대가 되는 땅의 역사나 문화를 연재 형식으로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최신화인 39막에서는 「무당(캄)」이나 「자다석」이라는 신비로운 존재가 등장했습니다.

 

무당(캄)
자다석

 

 무당이나 자다석에 대해서는, 이전 칼럼 「몽골제국의 신앙」에서 다룬 적이 있는데요, 이른바 「샤마니즘」(샤머니즘이라고도 함)이라는 신앙을 구성하는 존재입니다. 몽골 고원이나 그 근처에선, 이 샤머니즘과 관련된 다양한 관습이나 사고방식이 만화 본편에 그려진 당시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습을 바꾸며 숨 쉬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샤머니즘과 관련된 것들 중, 만화 본편과 관련이 있는 것들을 몇 가지 소개하려 합니다.

 

| 장례

 장례 관습은 신앙의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화 본편 최신화 39막의 무대(1237년)으로부터 약 10년 후, 1240년대 중반에 몽골 제국을 방문한 이탈리아 출신 선교사 카르피니가 당시의 이장에 대해 이하와 같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조금 길지만, 인용해 보겠습니다. 인용한 글의 마지막에 「주문을 외우는 사람들(=무당)」이 등장합니다.


——만약 누군가 치유하기 어려운 병에 걸리면 그들은 [바닥에] 창을 꼽고 검은 펠트로 그것을 두른 뒤 그때부터는 어떤 외부인도 그가 거주하는 구역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합니다. 죽음의 고통이 시작되면 거의 모든 사람이 그의 곁을 떠나는데, 그 까닭은 그의 임종을 지켜본 사람은 새 달이 뜰 때까지 누구나 황제나 수령의 오르두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사망할 때 만약 그가 그다지 중요한 인물이 아니면, 넓은 들판에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아무 곳에나 은밀하게 매장합니다. 생전에 그가 쓰던 천막들 가운데 하나를 함께 묻고 그를 그 가운데 앉힙니다. 그 앞에 탁자를 하나 놓고 고기가 가득 담긴 그릇 하나와 말의 젖이 담긴 잔 하나를 둡니다. 그리고 암말과 그 새끼 한 마리, 굴레와 안장이 채워진 말 한 마리도 같이 묻습니다. 그들은 또 다른 말 한 마리를 잡아먹은 뒤 그 껍데기 안을 짚으로 채워넣고 두 개 혹은 네 개의 장대에 끼워놓습니다. 이것은 그가 저승에서 살 집, 젖을 제공해줄 암말을 가지고 또 자신이 타고 다닐 말의 수도 넉넉하게 늘어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먹은 말의 뼈는 그 의 영혼을 위해서 태웁니다. 여자들은 [사망한] 남자들의 영혼을 위해서 뼈를 태울 때 자주 모이는데, 그것은 우리의 눈으로 직접 보았고 또 그곳에 있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어서 알기도 했습니다.

 

(중략)

 

 그들에게는 자기 수령을 묻는 또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그들은 탁 트인 곳으로 은밀하게 가서 그곳의 풀이나 뿌리 그리고 다른 모든 것들을 치워버린 뒤 커다란 구덩이를 하나 팝니다. 그리고 지하에 있는 구덩이 안쪽의 옆을 파내서 무덤을 만들고 그[수령]가 아끼던 노예를 그의 시신 밑에 안치합니다. 사람들은 그가 거의 숨이 넘어가기 직전의 순간까지 시신 아래 깔려 있게 놓아두었다가 그를 끄집어내서 숨을 쉬게 하는데, 이런 일을 세 차례 반복합니다. 만약 그 노예가 그래도 목숨을 부지한다면, 이후로 그는 자유민이 되어 자기가 원하는 일을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그는 주인의 천막 안에서 또 그 친척들 가운데에서 중요한 사람이 됩니다.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구덩이 옆에 판 무덤 안에 앞에서 말했던 물건과 함께 안치한 뒤, 무덤 앞에 파인 구덩이를 흙으로 메우고, 추후에 아무도 그 지점을 발견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풀로 덮어 전과 똑같이 만들어놓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미 앞에서 설명했던 또다른 일을 행하지만, 그가 소유했던 천막은 벌판 위에 그대로 놓아둡니다.

 

 그들의 나라에는 묘역이 두 군데 있습니다. 하나는 황제와 수령, 모든 귀족들이 묻히는 곳인데, 그들이 어디에서 사망하건 간에 무리 없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시신을 그곳으로 모셔옵니다. 상당히 많은 양의 금과 은도 그들과 함께 매장됩니다. 

 

(중략)

 

 죽은 사람의 친척과 그의 거처에 살던 사람들은 모두 불로 정화되어야만 합니다. 이 정화의식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들은 두 개의 불을 세우고 불 근처에 두 개의 창을 꽂습니다. 그리고 그 꼭대기에 끈을 하나 묶고 거기에 여러 조각의 부크람을 매답니다. 그리고 이 두 불 사이로 그리고 그 끈과 천 조각들 아래로 사람과 동물과 가재도구를 지나가게 합니다. 여자 두 사람이 한 명은 이쪽에 다른 한 명은 저쪽에 서서 물을 뿌리면서 주문을 외웁니다. 그 지점에서 만약 수레가 부서지거나 혹은 어떤 물건이라도 떨어지는 일이 생기면, 주문을 외우는 사람들이 그것을 가집니다.[각주:1]


 여기서 「자기 수령」을 묻는 방법으로 '풀을 미리 뽑아둔 구덩이를 파 무덤을 만들고 다시 풀로 덮어둔 뒤, 그 장소를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게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실제로 발견된 몽골제국 시대의 귀족 묘지는 땅 밑에 시신을 안치할 수 있는 크기의 무덤 구멍이 있고, 땅 위는 눈에 띄지 않도록 돌을 쌓아두었습니다. 칭기스 칸의 무덤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는데요, 발견되지 않은 이유는 '아무도 그 지점을 발견하지 못하게' 하거나 '눈에 띄지 않게' 하려는 장례 풍습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함께 인용한 '죽은 사람의 친척과 그의 거처에 살던 사람들은 불로 정화되어야만' 한다거나, '두 불 사이로 사람과 동물과 가재도구를 지나가게 한 뒤, 여자 두 사람이 서서 물을 뿌리며 주문을 외운다'는 모습 역시 만화 본편 5권 35막에 그려져 있습니다.

 

오고타이의 아들 쿠추 사후, 친족들이 불을 지나며 정화하는 모습 (5권 35막)

 

 수도사 카르피니가 남긴 기록 중 본 칼럼에서 인용하지 않은 부분에도 다양한 금기(주머니칼을 불에 들이대는 것, 주머니칼로 냄비에서 고기를 꺼내는 것, 채찍에 기대는 것, 채찍으로 화살을 건드리는 것, 어린 새를 잡아 죽이는 것, 말 굴레(말의 머리에 가로 세로로 둘러 말머리를 얽어맨 면직 또는 가죽끈)로 말을 때리는 것, 뼈끼리 부딪히게 해 뼈를 부러뜨리는 것, 음식이나 음료를 땅에 떨어뜨리는 것, 집 안에서 볼일을 보는 것 등)를 저지른 사람들을 불로 정화할 필요가 있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금기의 내용이 생활과 밀착되어있으면서도 그 종류가 무척 많네요.


| 지하세계

 만화 본편 3권 20막에, 병에 걸려 지하세게에 혼이 사로잡히고 만 오고타이가 '여기는 땅속 깊은 곳, 무당들도 여기까지 영혼을 찾으러 오지는 않겠지.' 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지하에 대한 생각 역시 신앙의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지요.

 

병에 걸린 오고타이의 영혼이 땅속 깊은 곳으로 (3권 20막)

 

 칼럼 필자인 제가 아는 한, 만화 본편의 시대에 몽골 사람들이 지하를 어떻게 여겼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록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전 칼럼 「작가 토마토수프・아카사카 츠네아키・편집부・기획부・칼럼 필자 좌담회」에서 토마토수프 작가님께서 만화를 그리는 데에 참고했다고 언급한 우노 하르바의 저서 『샤머니즘의 세계:알타이 민족들의 종교적 표상』에 신경 쓰이는 내용이 적혀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책은 19세기부터 1930년대까지 러시아나 유럽에서 이루어진, 시베리아(유라시아 대륙 동북부)의 샤마니즘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정리한 책입니다. 만화 본편에 그려진 시대보다 600~700년 이후의 기록이긴 하지만, 의식의 자세한 내용이나 의식에 쓰는 도구의 그림, 사진, 이와 관련된 구전 설화 등의 내용이 풍부하게 담겨 있습니다.


——시베리아의 사람들이 샤만을 찾는 주된 동기는 대부분 병 때문이다.

 

(중략)

 

 병에 걸리는 것은 인간의 혼이 몸에서 빠져나와 바깥에 잠복하고 기다리고 있는 위험한 힘에 빠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샤만의 임무는 아픈 사람이 본래의 상태로 돌아올 수 있도록 달아난 혼을 찾아서 돌아오는 일이다. 이런 일은 부리야트[각주:2] 전설에서는 이미 최초의 샤만도 도망친 혼을 찾아서 돌아오는 것이 임무였다. 모르곤 카라 [각주:3] (Morgon-Kara. 비슷한 이야기에는 Bokholi-Kara이다)저승의 군주 애를렌 칸(ärlen-kan)이 하계(下界)로 데려가 버린 혼조차 구출해서 데려올 수 있을 정도로 유능한 샤만이어서 애를렌 칸은 천신 애새개 말란 텡게리(Äsägä-malan-tengeri)에게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래서 신은 샤만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이 때문에 신은 인간의 혼을 잡아서 데려가 술독에 넣고 아가리를 엄지로 막았다. 그래서 인간이 병에 걸리자 가족들은 모르곤 카라에게 도움을 청했다. 모르곤 카라도 또한 곧바로 일을 시작하여 숲, 물속, 산골까지 마지막은 죽은 자의 나라까지 그 혼을 찾았지만 찾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샤만은 '북을 타고' 천계(天界)로 올라갔다. 거기에서도 또한 혼은 술독 속에 갇혀 있으며 천신이 그 아가리를 손가락으로 막고 있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오랫동안 혼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이런 술책에 능한 샤만은 장수말벌로 모습을 바꾸어 신의 이마를 쏘자 신은 깜짝 놀라 술독 아가리에서 손가락을 떼고 말았다. 샤만은 이렇게 가엾은 혼을 구출할 수 있었다. 샤만이 다시 북을 타고 혼과 함께 지상에 내랴온 것을 보고 신은 화가 났다. 샤만의 힘을 빼려고 북을 정확히 둘로 갈라 버렸다. 샤만의 북은 본래 양면에 가죽을 입혔는데, 이 날부터 한쪽에만 가죽이 붙어 있게 되고 말았다고 부리야트 사람들은 설명했다.[각주:4]


 밑줄 친 '저승의 군주 애를렌 칸이 하계로 데려가 버린 혼'은 만화 본편의 오고타이의 경우와 비슷합니다.

 

 참고로, 같은 장면에 등장한 원반 모양의 북에 대해서도 같은 책에 참고가 될 만한 부분이 있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원반 모양의 북 (3권 20막)


——시베리아 샤만은 굿을 할 때 무복(巫服) 와에 북도 사용한다. 

 

(중략)

 

 아비칸 타타르[각주:5] 에서는 (중략) 북의 표면은 하나의 분리대로 윗부분과 아랫부분 둘로 나누고 있는 풍속이 있다(그림 13, 21, 99). 이 같은 띠는 북을 전체 혹은 윗부분만 두르고 있으며 하늘을 나타내고 있다. 《하늘》에는 해, 달을 비롯해 그 밖의 천체가 보이며, 더욱이 활을 가지고 말 등의 동물을 쫓고 있는 기마인(騎馬人)도 있다. 하늘을 나타내는 부분에는 나무와 기둥이 그려져 있고, 그 가지에는 별이 빛나고 있는 것도 있다(그림 97). 가죽의 아래쪽에는 북을 가진 샤만이 보이며, 더욱이 저승의 여러 가지 동물이나 여성의 병을 일으키는 신령이 홀수로 1열 혹은 2열로 늘어서 있다(그림 21, 97, 99).[각주:6]

 

그림 13, 그림 21 (같은 책 p71, p207)
그림 96, 97 (같은 책 p511, p512)
그림 99 (같은 책 p515)


 밑줄 친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둘로 나누고 있는' 이나 '가죽의 아래쪽에는 북을 가진 샤먼이 보이며, 더욱이 저승의 여러 가지 동물이나 여성의 병을 일으키는 신령이 홀수로 1열 혹은 2열로 늘어서 있다'는 부분은 만화 본편에 그려진 북과 비슷합니다.

 

 또, 만화 본편의 같은 장면에서 오고타이의 혼이 언급하는 '땅속의 정령들'에 대해서도, 같은 책에 참고가 될 만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땅속의 정령들' (3권 20막)


——알타이 타타르는 인간과 동물에게 병을 보내는, 죽은 자를 자신이 있는 곳으로 모은다고 하는, 특별한 하계의 신령에 대해 말하고 있다. 허둥거리는 육체를 감추고 숯 같은 검은 눈을 가지며, 무릎까지 오는 긴 수염을 기른 이런 용서가 없는 노인은 애를리크(ärlik)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다만 보통은 이 이름으로 불리지 않고 대신에 카라 내매(kara검은 nämä것)라는 빗댄 호칭법이 사용된다. 애를리크는 하계의 물 위를 노를 사용하지 않고 검은 배를 타고 나아가든가, 얼굴을 뒤로 향해서 검은 소를 타고 간다고 한다. 채찍 대신에 한 마리 뱀이나 달(月) 모양을 한 도끼를 손에 쥐고 있다. 그들의 검은 궁전(örgö)은 아홉 갈래 흐름이 하나로 합쳐지는 토이보딤(Toibodym)이라는 이름의 강에 있다. 인간의 눈물을 가득 모아 흘리는 이 강 위에 말의 모근 같은 가는 다리가 걸려 있으며, 죽은 자가 누군가가 이 말의 털다리[毛橋]를 건너 도망치려고 하면 다리를 밟아서 물속에 빠뜨린다. 다음에는 물결이 그를, 저승의 왕 강변에 쳐 올린다. 토이보딤 강에는 무서운 물의 괴물이 살고 있어서 애를리크의 궁전을 지키고 있다. 또 다른 기술에 의하면, 애를리크 궁전은 《풍성한 바다》(bai tängis)의 기슭에 있다.

 

 애를리크의 집으로 통해 있어서 거기를 샤만이 걸어간다는 길에는 갖가지 《장해》(pudak)가 있다. [각주:7]


 여기서 '인간과 동물에게 병을 보내는, 죽은 자를 자신이 있는 곳으로 모은다고 하는, 특별한 신령'으로서 '물 위를 노를 사용하지 않고 검은 배를 타고 나아가든가, 얼굴을 뒤로 향해서 검은 소를 타고 간다'고 하는 「애를리크」가 등장합니다. 오고타이의 영혼이 말하고 있는 건 혹시 이 신령을 가리키는 걸까…? 아니면 전혀 다른 존재일까…? 같은 상상을 하며 무척 즐겁게 읽었습니다.

 

 참고로 인용한 글에 등장하는 「알타이 타타르」란, 오늘날 러시아 연방의 알타이 지방(아래 지도의 ①)에 거주하는 쿠만디(Kumandy), 투바(Tuba, 투발라르라고도 함), 쿠 키지(Kuu-kizhi)(북부 알타이) 혹은 같은 러시아 연방의 알타이 공화국(아래 지도의 ②)에 거주하는 알타이 키지(Altai-kizhi)와 텔렝기트(Telengits), 텔레우트(Teleuts)(남부 알타이) 이 여섯 그룹을 한데 모아 가리키는 이름으로, 인용한 책 『샤머니즘의 세계:알타이 민족들의 종교적 표상』이 쓰일 당시에도 사용하던 단어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날의 시베리아와 그 주변

①알타이 지방, ②알타이 공화국, ③이번 칼럼에서 다룬 북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하카시야 공화국, ④이번 칼럼에서 다룬 지하세계에서 영혼을 되찾는 이야기가 등장하는 부리야트 공화국

 

| 덤 — 선조 중 하나?

 최신화 39막에서는 쿨겐이 같은 무당이 나오는 꿈을 반복해서 꾸는 것에 대해 '어쩌면 내게도 무당의 힘이라도 있는 걸까. 그럼 그 사람은 내 선조 중 하나고 무언가를 전하려는…. 걸지도?' 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오늘날 몽골공화국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는 친척이나 지인이 샤만이 된 이유를 '선조에게 위협받았다'고 표현하는 사람이 많은 듯 합니다. 이 '선조에게 위협받았다'는 표현은 본래 몽골 동부의 더르너드현에 사는 부리야트 샤만들 사이에서 쓰이던 것입니다. 병과 같은 화(禍)를 입은 사람들이 샤만을 방문했을 때, 실은 선조의 영혼이 그 사람이 샤만이 되길 원해서 화를 입힌 것이라고 판단될 때가 있습니다. 이 경우 샤만은 선조가 너를 위협하고 있으니 어서 샤만이 되어야 한다고 그 사람에게 알립니다. 이렇게 선조에게 위협받은 인간이 실제로 샤만이 되는 경우의 의식(initiation)에선 화를 입히고 있는 선조가 누구인지 특정하고, 그 영에게 빙의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이 과정을 '조상 붙잡기'라고 부릅니다. 이 표현이 또 울란바토르의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퍼지고 있는 것이죠.

 

 만화 본편에 그려진 쿨겐의 생각과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군요.

 

 

 

  1. 플라노 카르피니, 윌리엄 루브룩, 『몽골 제국 기행』, 김호동, 까치(2015), p60-63 [본문으로]
  2. 몽골인을 이루는 그룹 중 하나로, 오늘날 러시아 연방의 부리야트 공화국과 그 주변, 몽골공화국, 중국 등에 살고 있다. [본문으로]
  3. Моргон Хара (오늘날 부리야트어로는 '모르곤 하라'로 발음됨), Моргон은 '곰의', Хара는 '검은색'이라는 의미임. [본문으로]
  4. 우노 하르바, 『샤머니즘의 세계:알타이 민족들의 종교적 표상』, 박재양, 보고사(2017), p520-521 [본문으로]
  5. 오늘날의 러시아 연방 하카시야 공화국에 거주하는 하카시야인의 옛 이름. [본문으로]
  6. 우노 하르바, 『샤머니즘의 세계:알타이 민족들의 종교적 표상』, 박재양, 보고사(2017), p511-512 [본문으로]
  7. 우노 하르바, 『샤머니즘의 세계:알타이 민족들의 종교적 표상』, 박재양, 보고사(2017), p351-352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