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문화와 사회는 절대적이지 않다' | 만화가 토마토수프에게 묻다, 역사와 이문화의 매력

해당 번역본에는 『간신 슴바트』 한국 미정발본의 일부 장면과 추후 전개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다면 읽지 않는 걸 추천드립니다. 
해당 번역본에 첨부된 미정발본 장면은 인터뷰에 수록된 장면'만' 임의로 번역한 것입니다. (문제시 삭제, 정발 후 수정합니다. 미정발분 전부 직접 구매하여 읽고 있습니다.)

 

 

 

『간신 슴바트』, 토마토수프

 

 2024년 12월, 대망의 1권이 발매된 만화 『간신 슴바트』(일본 기준/한국 미발매). 작가는 '이 만화가 대단하다! 2023' 여성 편에서 1위라는 수상 실적이 빛나는 『천막의 자두가르』의 작가 토마토수프다.

 

 과거작 『댐피어의 맛있는 모험』을 포함해 토마토수프 작가가 그리는 만화는 전부 역사를 소재로 하고 있다. 옛날부터 역사를 좋아했다는 토마토수프 작가의 작품에는 지적이며 호기심이 왕성한 등장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지식'이나 '지혜'를 무기 삼아, 고난과 갈등 속 저마다의 길을 개척하는 등장인물의 모습은 독자의 눈엔 용맹하게 비친다.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 당연함을 의심하는 행위의 중요성을 호소하는 토마토수프 작가의 만화. 이러한 작품을 탄생시킨 토마토수프 작가는 역사를 아는 것의 중요성과 즐거움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토마토수프 작가와 신작 『간신 슴바트』를 주로 하여, 토마토수프 작가가 생각하는 '현명함'과, 자신과 다른 문화를 아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トマトスープ/新書館

 

연애는 어째서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는가?

 

들어가기에 앞서, 간신 슴바트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간신 슴바트』는 제가 그린 다른 작품처럼 역사가 정성스럽게 그려진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선 인간 드라마, 개중에서도 연애를 주제로 해서 그려나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만화의 무대는 13세기 중반 조지아 왕국이지만, 코카서스 부근은 12세기말부터 문화가 매우 발달해 '마치 르네상스 같은 시대'라고 평가받기도 합니다. 특히 연애를 다룬 시가 굉장히 발달했었어요. 

 

 현대에도 많은 창작물은 연애를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무조건 '좋은 것'으로 대하는 분위기잖아요. 그런 점에서 만화의 무대로 선택한 코카서스 지방과 현대는 닮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연애를 메인으로 13세기의 이야기를 그려나감으로써 '현대에 떠도는 연애관을 해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연애를 이 작품의 주제로 선택했습니다. 

 

 

확실히 연애는 모르는 사이에 "거기에 있던 것"이라는 느낌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지요.

 

 최근에는 조금씩 변하곤 있지만, 지금까지의 많은 작품에서 등장하는 연애 묘사는 마음의 움직임 일변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연애를 그리는 작품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첫눈에 반한다는 방식은 '말하지 않아도 알지?' 같은 식으로, 꼭 공통 언어처럼 표현하는 경우도 많지요. 저는 그런 묘사에 공감한 적이 없어서 도중에 몰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어요. 

 

 그래서 1권 시점에선 연애 요소가 그렇게 전면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좀 더 알기 쉽게 그리려고 해요.

©トマトスープ/新書館

 

정말 현명한 사람은 '모른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계속 배워나가는 사람'

 

만화의 주인공 슴바트는 지적 호기심이 왕성하고, 적국의 문화조차도 좋은 것이라면 받아들이는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슴바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13세기 전후 조지아 부근을 연구하는 키타가와 세이이치 교수의 논문에 슴바트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는데요, 그 시대를 알아가는 단서가 되는 다른 인물이 적혀 있지 않았던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다른 하나는, 슴바트가 살아가는 방식이 매력적이라는 것입니다. 1권에서도 그렸지만, 슴바트는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선택을 내려야 한다는 상황에 몰려 있습니다. 13세기는 '몽골과 조지아 왕국, 어느 쪽에 붙어야 하나?'를 저울질하며 고민하던 지방 영주가 많았던 시대입니다. 슴바트를 그런 지방 영주의 전형적인 예시 중 한 명으로서, 어떤 선택을 내릴지 고민하며 살아가는 인물로 그려나가면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토마토수프 작가님의 다른 작품에서도 '선택'이 중요한 장면으로 그려지고 있죠. '선택'에 무게를 두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어떤 이유로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 '그 선택을 책임질 수 있느냐' 같은 부분을 정성스럽게 그려내는 게 배움 끝에 자립하는 인물의 모습을 그려내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로 제 작품엔 선택을 내리는 장면이나 선택으로 인한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슴바트는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데요, 슴바트라는 인물을 이렇게 그린 이유가 궁금합니다.

 

 연대기에 슴바트는 매우 현명한 인물이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정식 역사서에 남겨진 귀중한 정보를 소중히 하기 위해서도 슴바트를 현명하게 그려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저는 정말 현명한 사람은 '모른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계속 배워나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제가 살면서 얻은 경험으로 느낀 건데요, 이런 사람은 단순히 지식을 겸비한 걸 넘어서 다양한 일면을 지닌 사람이 많죠. 그래서 슴바트는 솔직하면서도 탐욕스럽게 배워나가는 사람으로 그리게 되었습니다.

©トマトスープ/新書館

 

 

문화가 충돌하는 장소는 어째서 재미있는가?

 

『간신 슴바트』에서 확장되는 이야기인데요, 역사를 주제로 한 만화를 그리며 의식하는 게 있으신가요.

 

 되도록 사실을 비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한편, '확실하지 않은 부분'은 창작으로 메꾸어 가장 재미있는 전개가 되는 걸 선택하자는 것 같네요.

 

 특히, 문화가 충돌하는 장소가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몽골도 그렇지만, 다른 문화권이나 종교적 배경에서 온 사람들이 만나며 생기는 갭이 맞물리거나 충돌하며 새로운 문화로 재탄생하는 과정에 흥미가 있거든요. 그 과정을 보고 있다 보면 서로의 역사의 깊이가 더해져 더욱 역동적인 역사가 보이게 됩니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 어떤 문화가 탄생했을까요?

 

 교통망의 발달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몽골제국의 지배로 교역이 활성화되어 본래 중국에만 있었던 기술이 중동에서 유럽까지 전해지는 경우도 있죠. 이슬람력曆과 중국력을 비교해 어느 달력이 정확한지 검증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며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걸 만화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매일 메모하고 있습니다.

 

공부하며 알게 되는 정보에는 신빙성이 낮거나 잘못된 내용이 포함된 것도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작가님께서는 어떻게 정보의 진위를 분간하시나요?

 

 정보의 출처가 다양하다는 걸 의식합니다. 연구자의 발언이나, 여러 문헌에 같은 내용이 적혀 있으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또 가능하다면 그 정보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찾아보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여러 문헌에 적혀 있는 정보라고 하더라도, 실은 정보의 출처는 한 곳뿐이고 그저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곳에 복붙된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웃음).

 

 사료를 읽으며 제자리에서 펄쩍 뛸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를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바로 만화에 그려내지 않고, 다른 사료를 확인하며 그 정보를 사용할지 사용하지 않을지 먼저 확인합니다.

 

역사 리터러시는 오늘날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와 멀리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네요.

©トマトスープ/新書館

 

우리가 살아가는 문화나 사회는 절대적이지 않다

 

토마토수프 작가님의 작품에선 사물을 한 가지 측면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다면적으로 바라보는 묘사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렇게 묘사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좋고 나쁨을 확실히 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아요.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긍정적인 측면이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작정하고 한 가지 측면만을 골라 적는 건 도저히 못 하겠더라고요.

 

작품에 등장하는 문화나 풍습은 현대 일본과 다른 부분이 많은데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습니다. 이런 시대를 그릴 때 의식하는 게 있으신가요.

 

 독자, 즉 현대인이 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상이 있는 경우 그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이나 해설에 대한 에피소드를 되도록 많이 집어넣으려 노력합니다.

 

 당시와 지금의 문화는 다른 부분이 많은데요, 다른 이유를 알면 그 차이가 재미있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게 다른 문화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해요. 독자 여러분께서 즐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우리가 살아가는 문화와 사회는 절대적이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게 좋았습니다.

 

 예를 들어, 옛날은 지금보다 생존율이 무척 낮았던 시대잖아요. 그런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했던 제도들이 있어요. 알기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가부장제'가 있습니다. 현대에는 불필요한 측면이 많은 제도고, 비판받아야 할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옛날처럼 생존이 극히 어려웠던 환경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리더가 있는 편이 생존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었던 거겠죠.

 

 즉, 지금 시대에 비추어 보면 이해하기 어려워 보이는 제도라도 합리적인 면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게 됩니다. 사물을 다각적으로 바라보는 데에서 넓은 시야가 탄생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또, 배경을 이해함으로써 오늘날 가부장제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세계가 되었다는 데에 감사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역사를 아는 게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아뇨, 오히려 확실히 선택을 내리기 어려워진 것 같아요(웃음).

 

역사를 알고, 다른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건 중요한 한편, 선택지가 늘어나고 만다는 말씀이시군요(웃음). 마지막으로 『간신 슴바트』를 즐겁게 읽고 계신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느린 속도로 시작하는 작품이라 1권에선 아직 이야기의 큰 산이 보이지 않지만, 서서히 『간신 슴바트』의 주제인 '연애'를 향해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입니다. 

 

 오랜 기간 즐거움을 주는, 시간을 풍부히 쓰는 만화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오랜 기간 함께해 주시면 기쁠 것 같습니다.

 

—솔직한 슴바트가 어떻게 연애에 휘말릴지, 앞으로가 기대됩니다.